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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Mar 24. 2020

빈곤 비즈니스, 돈이면 다인가

착취도시 서울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주거복지로드맵 2.0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토부는 쪽방이나 고시원, 반지하 가구 거주자를 공공임대로 이주시키는 주거상향 지원 사업도 추진한다. 이를 위한 공공임대는 2025년까지 총 4만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최근 전국 지자체 전수조사를 벌여 쪽방촌 등지에서 이주수요 6천 가구를 발굴해 이주를 추진 중이다.(출처: 연합뉴스 https://bit.ly/3diRIhL)"


지. 옥. 고


지. 옥. 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라 불리는 곳이 우리 주변에 있다. "주거 비용은 나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양극화와 저성장에 도시에서 '도태'되어버린 이들이 근근이 먹고 자는 것만 해결하며 살아가는 곳(p.16, <<착취 도시, 서울>> (이혜미 지음, 글항아리)"이다. (이후 페이지 표시는 동일 책)


특히 쪽방은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놓는 방. 보통 3 제곱미터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토부 기사를 보고 주거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잘 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월세를 400만~500만 받는 주인들은 오히려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이번에도 여기 조합 같은 게 생겼는데, 안 하려고 해요. 수익이 없어지니까요. 오히려 알박기 하려고 사놓고, 월세로 이자 충당하는, 그러니까 전형적인 투자자들은 재개발되는 게 훨씬 낫죠. 계산기 두드리는 거죠. 아파트 들어서는 게 나을지, 쪽방으로  쓰는 게 나을지.(p.81)"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나? 나 먹고살기 바빠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는데, 책 하나 읽었다고 국토부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착취도시, 서울

<<착취도시, 서울>>를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다시 한번 만났다. 책 내용과 관련된 내용이 EBS에서도 방영되었다. <<다큐 시선, 빈곤 비즈니스 - 쪽방촌의 비밀>>이 그것이다. (https://bit.ly/3bd5qka)


영화 <<기생충>>에 높은 평가를 매기는 이유는 전 세계적 이슈인 빈부차를 반지하라는 주거공간을 통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는 곳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낸다.


"기생충은 물리적 지형의 높이를 통해 계급을 보여준다. 반지하에서 햇빛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사는 사람들과, 따뜻한 햇살을 삶의 일부로 품고 사는 사람들이 대비된다. (중략) 위쪽의 물은 미세 먼지를 씻어주는 쾌적함이지만 아래쪽의 물은 더럽다. 가난한 사람들의 물은 흘러와서 삶을 파괴한다. 변기의 물이 역류한다. 변기의 위치가 사람들이 지내는 방보다 높다. 똥, 배설물보다 낮은 존재라는 것을 높이를 통해 보여준다.(https://brunch.co.kr/@naomi-chun/29) "


쪽방,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빈곤 비즈니스 대상이기 때문이다. "빈곤 비즈니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 가뜩이나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마땅한 노력 없이 불로소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는 행태(p.58)"를 말한다. 사람이 살 만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숙에 내몰릴 처지를 이용해 불법 수익을 얻는 건물주들의 약탈적 임대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p.59)"이다.


그렇다. 제목에서 말한 현금 월 300만 원 수입은 쪽방 임대로 벌 수 있는 돈이다. 연 3600만 원의 불로소득이다. 이 비즈니스는 대대로 자식들에게 증여되고 대물림 된다.


저자인 이해미 기자는 쪽방을 취재하고 자료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에 개탄한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집에 사는 재력가가 종로에 소유한 허름한 건물, 그리고 그 건물에 들어선 말만 고시원일 뿐 '도시 쪽방'에 가까운 닭장. 제대로 된 직업도 없어 인력사무소에서 소일을 하며 매달 방세를 마련한 사람이 낸 그런 돈은, 흘러 흘러 압구정 현대 아파트로, 도곡동 타워팰리스 옆에 있는 그 아파트로 흘러갔겠구나. (p.33)"


"영화 <<기생충>>이 비극으로 끝난 것도 결국 하류 시민이 '선을 넘은' 것이 발단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대체 '선'은 어디에 그어져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선은 누가 긋는 걸까. 왜 하류 인간들은 선 밖에 머무르거나 쪽방촌이라는 특정 게토에 격리돼 살아야만 하는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결국 '돈'과 사람의 '쓸모'인 건지. " (p115)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쪽방은 개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겨우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은 보일러도 없이 난방이 되지 않았다. 타지에 사는 건물주는 안전 관리는 커녕 기본적인 수선 의무도 다하지 않아, 행정 당국에서는 세금을 들여 땜질식 수리를 해주고 인근 교회나 쪽방상담소에서 뻗는 온정의 손길로 어설프게 사람이 사는 거처의 형상을 갖춰가는 곳. 이런 곳에서 세입자는 노숙을 겨우 면한 대가로 매달 22만 8188원(서울시 평균)을 세로 낸다. 폐가에 가까운 건물의 수리는 당국의 세금으로 하고, 세입자에게 받는 면적 대비 월세는 강남 타워팰리스의 월세의 수배에 이르는 쪽방, 그 이면에서는 세를 모은 건물주들이 빌딩을 세우고도 남을 부를 증식하는 이 황당한 상황..(p.48)"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가 생겼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한 가지만 잘못된 것이 아닐 터, 한 가지 해결책만으로도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코로나로 더 악화된 상황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전염병이 돌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사회의 취약계층이다.

"고시원이나 쪽방촌·텐트촌 등 좁고 밀집돼 있는 주거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마스크 구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서울 동자동의 쪽방촌도 마찬가지다. 동자동의 한 주민은 “코로나 19가 유행하면 크게 번질 가능성이 높아 불안하다”면서도 “쪽방촌 사람들이다 보니 포기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736150)"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 코로나가 닥친 현실은 더 암담하다.


돈이 전부일까?


성인남녀 3명 중 명의 꿈은 건물주라고 한다. (https://bit.ly/2wsUpMQ) 우리 삶의 목표와 행복을 좌우하는 것이 돈이다. 돈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선'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착취도시, 서울>>을 통해 새삼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와 나와 같이 사는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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