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열 학생이 어쩌다 크루즈 승무원. 그리고 어쩌다 미국 간호대?
"에?? 갑자기 웬 간호대?"
크루즈 승무원을 잠시 내려놓고, 간호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가장 흔한 반응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은 전혀 아니었다. 아니 사실, 너무나도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나에게도 '갑자기 간호대'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원래라면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곤 하는데, 이 길을 가기로 처음 마음먹었을 때는 쉽게 주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없었던 소식이 되었던 것 같다."나 간호대 준비하려고~"라고 얘기를 한다면, '잘했어. 너무 잘됐다. 너무 잘 선택했다'와 같이 나를 응원해주고 이해해주는 말보다는, '크루즈 승무원 내려놓고 굳이? 승무원 되려고 네가 쏟은 게 얼만데. 아깝다.''가 대부분 사람들의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것일 테니...
사실 나는 남에게 응원을 받고,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칭찬하는 말을 먹고 산다면, 나는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말을 그리고 응원해주는 말을 주식 삼아 먹고사는 참 단순한 인간이다. 그런 나를 내가 너무 잘 아는 반면에, 이번 소식을 전할 때는 왠지 응원의 말이나 인정의 말보다는 비판하거나 안타까워하고 또는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더 많이 돌아올꺼라 예상을 했다. 그래서 혹여나 내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든 상대를 이해시키려고 구구절절할 내 모습이 뻔해서 끝까지 얘기를 안 했다. 아니, 못했다. 내가 그런 말을 듣고 건강하게 반응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차피 내 갈길 남 피해 안 주고 내가 가는 건데 왜 굳이 인정을 받고 싶어 했을까 싶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이 시작되어, 준비하고, 최종 결정과 마무리까지 딱 3개월 걸렸다. 더도 덜도 아닌 딱 3개월. 마음먹고 준비하기 시작한 지 2개월쯤 되어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천천히 알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들의 반응은 내 예상대로 "갑자기 왜?! 승무원 너무 아깝잖아!"였지만, 다행히도 나는 그에 대한 설명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나 자신 또한 정리가 많이 되었을 시점이어서 자신감을 가지고 가볍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무튼, 지금부터 크루즈 승무원을 선택했던 그 순간부터, 간호대를 선택한 순간까지 기록해보려 한다. 먼 미래에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그리고 어떤 우연의 연속들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 기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