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인가요 불합격인가요, 빨리 알려주세요.
지원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포항에서 친한 동생네 집에서 얹혀서 지내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지원했던 그 어느 학교에서도 연락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슬슬 덮쳐왔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지만, 아무 막힘과 걸림돌 없이 진행이 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과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거 같다.
주로 미국 대학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2-3주 내에는 연락이 와야 한다. 하지만 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한참 지난 상태였고, 어떤 결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기 두려워서 선뜻 먼저 연락을 할 용기도 없었다. 결과가 궁금하지만 동시에 궁금하지 않은 그 애매함에 물들어 있던 시기 중 하루는,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내 힘으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장악을 했던 하루가 있었다. 결과에 대해 그 어떠한 미련 따위 가지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는데도 엄청나게 불안해하는 나 자신도 답답하고, 무소식인 학교들도 밉고, 세상 모든 것들이 착잡해 보이던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포항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 때부터 정말 좋아했던 금요일 밤마다 모교에서 학생들이 인도하는 금요철야 예배를 매주 참석하고 있었다. 우울함이 덮쳤던 그 날이 마침 금요일이었던 덕에, 학교 금요철야를 참석해 마음의 폭풍을 좀 잠재워야겠다 싶어서 밤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학교로 들어갔다.
그날따라 유난히 더 춥고 우울한 것만 같은 공기는 기분 탓이기를 바라며, 예배실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들어가자마자 마음껏 누리고 즐겼을 나라면, 그날은 들어가자마자 가만히 앉아서 한참을 멍 때렸다. 한참을 돌부처 마냥 앉아 있다가, 기도하러 왔으니 한마디라도 하고 가자 싶어서 입을 열어서 기도를 시작하려는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입술을 통해 엄청난 고백의 말들이 나왔다.
"하나님.. 혹시 간호대 가는 것도 크루즈 승무원처럼 제 꿈이자 제 욕심인가요? 혹시 저도 모르게 욕심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면 이 모든 과정 미련 없이 그냥 내려놓을게요.
그런데 만약 간호라는 이 길이 정말 저를 위해 준비하신 길이라면 하루빨리 속 시원하게 보여주세요. 그럼 뒤도 안 돌아보고 온전히 믿고 따라 갈게요."
어떻게 이런 기도가 내 입에서 나왔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 이해가 안됐지만 이렇게 기도를 하고 나니까 일단 마음은 정말 후련했고, 예배실에 터덜터덜 들어갔던 내 모습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마음과 무거워진 머리를 붙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게 무슨 일일까 생각을 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내 입에서 나온 내 기도를 곱씹으면서 씻고 잘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누워서 밀린 카톡을 확인하는 와중에 갑자기 "띠딩" 알림이 울렸다.
Congratulations!
You have been accepted to attend for 2019 spring semester.
누운 그 자리 그대로 얼음 인간이 되었다. 그때 그 순간은 말로 감히 표현하지 않겠다. 말로 표현을 하면 그때의 그 어마 무시하게 소름 돋을 정도로 소중한 감정이 혹여나 왜곡이 될 것만 같을 정도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 우울한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2시에 미국 간호대 편입 최종 합격 연락을 받게 되었다.
간호대를 가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간호대 준비하는 모든 과정, 간호대 최종 합격까지 모든 순간이 다 기적이었고, 합격 이후에도 미국 땅을 밟을 준비를 하는 모든 과정, 그리고 미국 땅을 밟은 순간까지 엄청난 기적의 연속들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