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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코치 Sep 06. 2021

편견과 한계에 맞서 싸우는 3분의 한판승부

코치의 눈으로 본 영화 <<당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수많은 논란과 우려속에 2020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올림픽 경기에 이렇게 '진심' 이었던 적은 처음이다. 매번 알맞게 편집된 결승전 하이라이트만 봐오다가 32강, 16강과 같은 예선전 경기를 보면서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더불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경기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봤던 영화 <<당갈>>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실제 인물을 토대로 만들어진 스포츠 영화 <<당갈>> 은 인도 어느 시골 마을 출신의 자매 레슬러와 그들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견고하게 만들어진 사회적 편견과 맞서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뛰어난 선수로 성장해 나가는 감동 스토리를 나누어 본다.


"레슬링하는 여자는 본적이 없어"


인도는 과거 우리나라 만큼이나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나라인가 보다. 인도에서 여자아이는 어려서부터 집안일만 하다가 14살이 되면 시집 보내진다. 여자아이에게 장래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엄청난 사치이다. 하지만, 아버지 마하비르는 두 딸 기타와 바비타의 긴 머리를 잘라버리고, 인도 전통의상 대신 반바지를 입혀 뛰게 하고, 남자아이들과 레슬링 훈련을 시킨다. 레슬링 매트도 없이 흙바닥에서 말이다. 


지역의 레슬링 대회에 첫 출전하는 날, 대회 관계자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다음에 요리대회 열리면 그때 따님들 데려오세요. 여자는 레슬링 안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두 딸과 함께 인도 사회의 불편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견디며,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런 편견 가득한 세상에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한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 사실, 아버지는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대리실현하기 위해 딸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한다. 또한, 딸들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로 훈육하는 방식은 매우 가부장적이고 가혹한 면이 있어 불편함이 있다.


영화밖의 현실은 어떤가? 사실 여성 선수들이 겪는 편견은 이게 다가 아니다. 외모와 여성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또다른 평가가 시작된다. 유독 여성 선수 앞에 '미녀', '낭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이다. 당연하게 붙여왔던 젠더 차별적인 꼬리표를 다시 돌아볼 때이다. 경기력 외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안산 선수의 기자회견 답변은 실력에만 집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실력 외의 차별과 편견과도 함께 싸워 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들의 비율은 49% 에 달해, 근대올림픽이 시작된지 125년만에 처음으로 남녀 균등한 비율로 치뤄진 올림픽이라고 한다. 여성 선수가 흘린 땀방울과 집념이 남성 선수보다 결코 적지 않은만큼 선수의 비율이 비등해졌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경기장 안과 달리 경기장 밖의 스포츠 세계에서 여성의 존재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많은 스포츠팀의 감독은 대부분 남성이며, 각종 단체의 임원과 리더 역시 남성이기에 아쉬움은 남는다. 부디 많은 여성 선수들이 은퇴 후에 지도자로서, 또 단체의 리더로서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






"경기장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선수 뿐"


영화에서 큰 딸 기타는 국가대표가 되지만 어쩐 일인지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예선 탈락한다. 결국 대표팀 감독의 훈련이 아닌 아버지의 특훈을 받게 된다. 과거 전국 레슬링 챔피언이기도 했던 아버지는 선수로서 기타가 가진 강점과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타에게 맞는 경기전략을 제시한다. 이렇게 훌륭한 코치이자 아버지를 둔 기타지만 경기장에는 오롯이 혼자만 들어갈 수 있다. 


영화 제목인 당갈은 레슬링을 하는 흙 경기장이란 뜻의 힌두어이다.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는 시합전에 두려움과 먼저 싸워야 한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 실수에 대한 두려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가진 이는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어느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믿기로 선택하는 용기이다. 지금까지 흘린 땀과 눈물, '힘내!' 라는, '화이팅!' 하라는 누군가의 격려,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 승리에 대한 열망,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불굴의 의지, 이것들은 모두 선수의 자원이 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경기의 선수이며 누구도 내 경기를 대신 플레이할 수 없음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 안에 무한한 자원과 가능성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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