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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뢰딩거의 나옹이 Nov 18. 2019

언론사 시험 합격하는 법

언론고시 합격을 위한 팁

본 글은 제가 언론사 시험에 최종 합격한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글쓴이는 총 2번의 언론사 최종 합격 경험이 있다. 경제지 1곳, 그리고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중앙일간지 1곳에서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경제지는 합격 후 입사하여 일했으며, 중앙일간지는 다른 회사와 겹쳐 입사하지는 않았다. 기자 경력은 짧지만, 언론사 입사 시험 준비와 관련해서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언론사 시험의 독특한 특징


언론사 입사 시험은 '언론고시'라고도 불린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고시(考試)와 준비 방법이나 특성이 상당히 다른데도 '고시'라는 이름을 붙인다. '고시'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하나다. '합격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난이도 면에서 일반 취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준비 방법은 일반적인 고시(考試)나 사기업 입사를 위한 시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언론사 입사 시험은 내가 공부한 내용이 누적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시험 내용이 시사 이슈와 관련되기 때문에 내가 쌓은 지식은 곧 휘발된다. 작년에 최종까지 갔다고 해도, 올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행정고시생은 올해 공부해둔 경제학 지식을 내년에도 써먹을 수 있지만, 언론고시생은 아니다. 올해 필기시험에서 작년에 한창 쓰던 논술 주제가 나올 가능성은 '제로'다. 물론, 시험 준비 2~3년 차가 되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보다는 글도 잘 쓰고 요령도 생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시사 이슈의 내용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지식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고시는 장수생에게 유리한 시험이 아니다. 최대 준비 기간은 2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글쓴이는 3년 넘게 공부했다. 총 4번 지원한 회사도 있었다. 그나마 비교적 어린 나이에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입사 당시 나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장수생이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란다.


차별화 전략 짜기 필수


합격의 관건은 '차별화 전략'이다. 언론사에서는 대기업처럼 많은 인원을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성이 중요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공이 의외로 발목을 잡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어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했는데, 언론계에선 너무 평범한 전공이라 불리하다고 느꼈다. 당시에는 법학, 경제학, 경영학 전공자가 유리한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이라 남의 떡이 커 보였을 수 있다. 이미 전공이 정해진 경우에는 그 안에서 최대한 차별화 전략을 짜는 것이 좋다. 나는 차별화할 게 없어서 차라리 한 우물만 판 사람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스펙을 만들었다. 전공을 졸업학점의 두 배 이상으로 들었고, 경제지와 일간지 등에서 인턴기자를 했으며, 다양한 기자 아카데미를 수료했다. 만약에 다시 준비하는 입장으로 돌아간다면, 글을 써서 책으로 출간하거나, 공모전에 도전해볼 것 같다. 외국어 능력으로 차별화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돼 있으므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가진 것들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멘탈 관리 


멘탈 관리는 비단 언론고시생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취업준비생들의 과제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부분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나는 이 부분을 굉장히 못 했다.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날에는 술을 퍼마셨고, 같이 공부하던 스터디원이 먼저 합격해서 떠났을 땐 질투로 밤을 지새웠다. 낭비한 시간만 빼도 수험기간이 훨씬 줄었을 것이다.


내가 잘한 점도 있었다. 나는 내가 기자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중도에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기자가 되긴 된다고 생각했다.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린 것이 도움이 됐다. 언론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단지 그 시험을 끝까지 붙잡고 있지 않아서인 경우가 가장 많다. 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언론사를 포기하고 사기업, 공기업으로 가서 언론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지 못한 거다. 계속 붙잡고 있으면 언젠간 된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카더라'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언론사는 몇 살 이상은 안 뽑는다더라, 여자는 잘 안 뽑는다더라, SKY 아니면 안 된다더라, 외모를 본다더라 등 루머가 다양하다. 불안감에서 나온 표현이라 생각한다. 일부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런 소문에 집착해 봤자 남는 게 없다. 어차피 나의 나이, 성별, 학벌, 외모는 정해진 조건이다. 이 조건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면 합격할 수 있다.


입사하고 싶은 언론사 마지노선 정하기 


입사하고 나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준비생일 때는 굉장히 집착하게 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정치색'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대부분 정치색이 뚜렷하다. 언론고시생들은 어떤 언론사가 자신이 가진 정치색과 다르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치색이 바뀌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며, 언론사도 때로는 정치색을 바꾼다. 방송사의 경우 정권에 따라 정치색이 달라지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특정 정치색을 가진 언론사를 다 걸러버리면 남는 곳이 없다.


'정치색'보다는 '규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이 탄탄한 곳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나에게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온다. 기자 생활을 하기도 수월하다. 작은 언론사에 들어가면 '영업' 운운하면서 스트레스 준다. 정치색으로 가고 싶은 언론사를 선정하기보다는, 규모를 기준으로 마지노선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방송 3사와 종편 4사, 10대 종합일간지, 경제전문지 4곳을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인터넷 언론사와 잡지사, 전문매체 등은 제외했다. 합격해도 안 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원서를 넣고, 전형 과정에 몰입해서 임하는 편이 좋다.


다 같이 합격하는 스터디 구하기


언론사 시험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스터디다. 어떤 스터디를 구하느냐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진다. 글쓴이는 수십 개의 스터디를 해봤다. 나중에는 어떤 스터디에 누가 있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하지만 합격하는 데 도움이 됐던 스터디가 몇 개 있었다. 합격 직전에 했던 스터디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스터디에서 필기시험에 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실무나 면접에 대비하기 위한 스터디도 했지만 단기적으로만 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논술과 작문을 작성하고 서로 돌려보며 첨삭을 한다. 첨삭의 과정이 중요한데,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대체적으로 첨삭도 잘하기 때문에(인성에 문제 있는 경우 제외) 글을 잘 쓰는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스터디 모집 시 글을 받는 것에 대해 '갑질'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단언컨대 글을 받지 않는 스터디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보내온 글을 보면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스터디를 구성했을 때 윈윈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논제 예상 능력' 때문이다. 사람들이 강남에 있는 H 어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잘 가르쳐서도 있지만, 문제 예측력이 높아서다. 토익이든, 언론사 필기시험이든 나올만한 문제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기시험에 갔을 때 한 번도 안 써본 주제가 나왔을 때 합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기본적으로 필기시험은 오픈북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한다. 기존에 내가 썼던 주제를 '합격 글' 수준으로 퇴고한 뒤, 시험장에서 이를 복원하고 오는 것이다. 필기시험에 관한 부분은 뒷부분에서 좀 더 자세히 논해보고자 한다.


내가 합격 직전에 몸담았던 스터디의 멤버들은 전원 기자, PD가 됐다. 되는 스터디는 다 되고, 안 되는 스터디는 다 안 된다. 이렇게 함께 공부해서 다 같이 합격하는 경우 입사해서도 동기처럼 의지할 수 있다.


전형별 합격 팁 


1) 서류전형


언론사가 서류전형에서 고려하는 것은 학교, 학점, 토익, 한국어, 자격증, 경력 사항, 그리고 자기소개서 등이다. 이 중 중요하다고 느꼈던 것은 학교, 토익, 자기소개다. 나머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먼저 학교에 대해 말해보면, 언론사는 대체적으로 학벌을 많이 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언론사 내에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같은 학교 나왔다고 하면 좀 더 정이 가는 게 사실이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지원자 중에 학벌이 낮은 지원자를 뽑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취재원들도 대개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다.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전형을 실시하고, 사기업은 학벌 철폐를 내세운다. 언론사는 아직도 출신 대학을 많이 보는 편이다. 하지만 학교를 이제 와서 바꿀 수 없으니, 다른 것으로 차별화 요소를 만들면 된다.


가령 토익 점수 같은 것이다. 학교는 정해졌지만, 토익 점수는 내가 만들면 된다. 900점 넘는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 이하일 경우 면접 전형에서 너무 '튄다.' 토익 900점이 안 되는데 합격했다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그냥 점수를 만드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특별한 것으로 커버한 것이다. 토익 점수가 발목잡지 않도록 점수를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서류 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로 학벌을 비롯한 다른 요소들을 뒤집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서류에서 많이 거르는 언론사가 있고, 필기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언론사가 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자기소개서를 충실하게 쓸 필요가 있다. 면접 전형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혼자 쓰지 말고, 스터디원의 첨삭을 거치거나, 현직자에게 부탁해 수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취준생과 현직자의 눈높이 차이가 있어서 특정 표현이 무리수인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언론사의 서류전형에 넣어도 떨어지지 않는 자기소개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외에 기타 스펙은 앞서 말한 '차별화 전략'과 연관 지어 만들면 된다. 개성이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렇게 하면 서류에 통과하고, 이렇게 하면 떨어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2) 필기전형


필기시험은 논술, 작문, 상식으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먼저 필기시험의 목표 설정이 필요한데, 이 부분을 많이 간과한다. 보통 '필기시험 합격'을 목표로 두는데,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800명이 필기시험을 보고 40명이 합격한다고 가정해보자. 목표를 40등에 두면 안 된다. 필기시험에서의 목표는 '최종 합격자 수'이다. 가령, 최종 합격자가 10명인 경우 내 필기시험 점수가 10등 안에 들어야 하고, 2명 이내로 합격자를 내는 작은 언론사의 경우에는 필기시험 목표를 1등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필기시험에서 1등을 하면 면접에 갔을 때 대우가 달라진다. 인사팀 직원들이 그 사실을 살짝 흘리기도 하고, 면접관들은 "필기시험 공부를 어떻게 했느냐"라고 묻기도 한다. 이는 면접 합격으로 이어진다. 면접에서 계속 떨어진다는 사람은 의외로 필기시험 점수가 문제일 수 있다. 여성 지원자의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지원자 성비가 여성이 더 많고, 필기시험 합격자도 여성이 더 많다. 불합리한 구조가 문제지만, 내가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논술 시험의 경우 다독, 다작, 다상량을 거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집약적으로 '완성 글'을 많이 뽑아내는 형태로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험에 나올 만한 주제를 스터디원들과 상의하여 고심하여 뽑은 뒤, 이 주제에 대해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글을 써보는 것이다.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일주일에 1편을 썼을 때가 가장 완성도가 높은 글이 나왔다. 일주일 내내 그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자료를 모으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논지를 구성했다. 신문은 언론고시생 누구나 다 보기 때문에 책과 논문, 연구보고서를 주로 이용했다. 남들과 다른 자료를 인용하는 것만으로 차별화된 글이 나온다. 이렇게 한 뒤 스터디 가서 첨삭을 받고, 2~3회 퇴고를 거친다. 퇴고는 상당히 귀찮은 과정이지만 퇴고의 과정에서 완성된 글이 나온다. 시험장에 가기 전에는 내가 쓴 논술을 달달 외워서 시험장에서 복원한다. 만약 준비하지 않은 주제가 시험문제로 나왔다면 기존에 준비했던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써야 한다. 시험장에 가서 새로운 무언가를 쓴다면 합격 가능성은 낮아진다.


작문은 조금 다르다. 예상한 주제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 단어 하나로 제시되기에 주제가 너무 방대하다. 언론사 논술 시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대체로 잘 알지만, 작문 시험은 감을 못 잡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자 지망생의 경우 더 그렇다. 논술은 신문의 사설이고, 작문은 칼럼이라고 비유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칼럼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작문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게 되면 그때부터 빨리 는다. 나는 처음에 작문을 나의 이야기로 시작해 시사와 엮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 이 방법은 너무 많은 지원자들이 쓰는 방법이어서 합격권에 들기 어려웠다. 내 이야기를 억지로 시사와 엮는 과정에서 여러 무리수가 발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제에 따라 2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하나는 에세이 식으로 '내 이야기' 위주로 쓰고 읽는 사람에게 여운을 남기는 방식, 다른 하나는 '시사' 위주로 쓰되 문장력을 뽐내는 방식이다. 최종 합격한 언론사의 경우는 두 번째 방법을 썼고, 심사위원에게 작문시험 점수가 높다는 말을 들었다. 시사적인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되, 그것을 보는 나만의 시선을 담고, 리듬감 있는 문체를 구사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작문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스타일'을 생각하며 임하면서 오히려 나중에는 작문 시험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논술과 작문 시험에 대해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손 글씨'다. 손으로 써서 제출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글씨체가 중요하다. 글쓴이는 운 좋게도 글씨체가 예쁜 편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시험용 글씨체를 만드는 것이 좋다. 반듯하진 않더라도 흘려 쓰지 않으면 된다. 채점자도 사람인지라 예쁜 글씨에 눈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채점자(논설위원)는 늘 피곤한 상태다. 악필의 경우 글의 내용이 좋더라도 합격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상식 시험은 논술, 작문보다는 수월하다(?). 수험 기간 내내 박문각에서 나온 일반상식, 최신 시사상식, 신문 2종, 시사잡지 1종을 봤다. 이중 일반상식은 엄청 열심히 보지는 않았다. 신문을 매일 3시간 정도 탐독했는데, 그러면 박문각 최신 시사상식 내용도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신문을 보면서 시사이슈에 대해 파악하고, 새로운 용어가 나오면 따로 정리해 두었다. 신문을 보면서 논술, 작문에 쓸 글감은 정리한 적도 있었지만, 논지를 구성하는 차별화된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뒀다. 신문은 주로 상식 시험, 면접 용으로 활용했다. 지금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매일 신문을 3시간씩 보는 게 너무 지겨웠다. 그래서 기자가 된 다음에는 신문을 안 보고, 경제면을 펼친 뒤에 물 먹은 게 있는지 없는지 정도로만 확인했다. 기자를 그만두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이 신문을 안 봐도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혹시나 놓친 것이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신문을 읽었던 과정이 정말 토나왔다. 이 글을 읽는 언론고시생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실 수 있길 기원한다.


3) 실무전형


실무전형은 기사 작성 시험, 토론, 카메라 테스트 등이 있다. 최종 합격했던 일간지에서는 합숙을 하기도 했었다. 합숙면접에서는 토론 전형을 비롯해 가상 편집국 회의, 지면 구성 기획 등이 있었고, 저녁 술자리도 가졌다. 실무전형은 미디어 전공자에게는 크게 어려운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공수업에서도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경우 기자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서 언론사 퇴사 후 치렀던 시험에서는 실무전형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전형에 대해 얘기해보기로 한다.


기사 작성 시험을 대비하는 법은 간단하다. 지원하는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된다. 신문기사, 방송 기사를 보면서 필사를 해보고, 그 언론사만의 표기법 등을 숙지한다. 언론사마다 고유한 표기법이 있는데, 이 디테일을 살려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 풀어놓고 기사를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을 압수하지 않을 때는 현직 기자나 스터디원과 소통하면서 기사 주제를 잡을 수 있고, 휴대전화 사용을 못하게 하는 곳은 평소 읽었던 기사 내용과 비슷하게 쓰면 된다. 단독 기사를 쓸 필요는 없다.


토론면접의 경우는 일반 기업의 토론면접보다는 좀 더 강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면 주장을 세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머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토론 잘하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음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방송기자의 경우 카메라 테스트를 보는데, 1차 걸림돌은 '사투리'요, 2차 걸림돌은 '딕션'이다. 글쓴이의 경우 부모님이 서울 분이라, 사투리를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투리 때문에 고민하던 친구가 몇몇 있었다. 방송기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평소에도 사투리를 구사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간의 사투리는 허용된다. 하지만 억양이 너무 강하거나, 표준어가 아닌 단어를 쓰는 것은 문제가 된다. 1차 걸림돌을 넘으면 '딕션'이 문제다. 이건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자신이 어떤 발음이 안 되는지 평소에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발음을 계속 연습하다 보면 또 되긴 된다. 평소 목소리보다 2~3배 정도 큰 소리로, 높은 톤을 유지한 채 리포팅하면 대강은 방송기자처럼 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장음'을 공부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대통령'이라는 단어의 경우 '대:통령'으로 '대'를 길게 발음하는 것이다. 숫자는 2, 4, 5, 만(萬)이 장음이다. 이처럼 장음으로 발음되는 단어를 알고 있으면 카메라 테스트를 할 때 도움이 된다.


4) 면접전형 


실무면접과 최종면접(인성면접) 중 최종면접을 중심으로 말해보고자 한다. 최종까지 올라갔다 떨어진 경우에 멘탈이 바스러지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어떤 시기에는 최종의 문턱에서 계속 고배를 마셨다. 이때가 언론고시생이 마지막 넘어야 할 관문이다. 여기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긴 글을 썼다.


면접에서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개성이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로 보이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카메라로 찍거나, 모의 토론 등을 하면서 스터디원들에게 모니터링을 부탁한다. 나는 처음에 이 부분이 잘 안 돼서 나 자신에 대해 잘못 파악한 것이 있었다. 나는 내가 너무 착하게 생겨서 기자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무섭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따르면, 전혀 착해 보이지 않으며 표정이 차가워서 무서워 보이기 때문에 웃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조언은 나에게 상당히 유용했다. 최종면접을 앞두고서는 3일간 표정 연습만 했다. 좋은 결과를 얻었다. 또 나는 마른 체형인데, 바지 정장에 힐을 신으면 더 말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치마 정장으로 바꾸고서 합격율이 높아졌다. 최종 면접에서는 이처럼 '보이는 이미지'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


'이미지'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내용'이다. '왜 기자인가', '왜 이 언론사인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면접관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기자가 되고 싶은데, 정작 나부터 설득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 왜 이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최종면접에서 다른 질문들에도 대답을 잘해야겠지만, 이 두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한다면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반적인 면접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기세’다. 내가 면접위원들의 기에 눌리면 안 된다. 일반 기업이나 대학원 면접 같은 데서는 대답만 잘하면 면접관 기에 눌려도 된다. 긴장해서 살짝 떨어도 괜찮다. 하지만 언론사 최종면접에서는 떨리더라도 티 내서는 안 되고, 면접관들 앞에서 기가 죽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언론사 최종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올 정도면 산전수전 다 겪은, 엄청나게 기 센 사람들이다. TV에서만 보던 연예인급 인사도 있다. 이런 사람들 기에 눌리지 않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기자로 일하기 위해서는 ‘기세’가 중요하다. 대통령 앞에서도, 기업 수장 앞에서도 질문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사 최종 면접은 그런 기세를 테스트하기 위한 장이라고 보면 된다. 압박 질문이 들어와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펼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합격이다.




언론사 시험 합격을 응원합니다.

제가 언론사 시험을 봤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을까 해서 써보았습니다. 언론사 시험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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