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뢰딩거의 나옹이 Dec 15. 2019

책 제대로 읽는 법

완벽한 독서법

본 글은 15년간 매년 50권씩 책을 읽어온 글쓴이의 독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글쓴이는 20살 때부터 삼십 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매년 5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사실 연 50권이면 ‘독서광’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많은 숫자는 아니다. 1년이 52주니까 1주일에 1권 정도다. 그래도 매주 1권씩 책을 읽는 습관을 15년가량 유지했기에, 독서습관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독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책을 읽고 난 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터득했고, 여기서 그 방법을 공유하려 한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 PC 혹은 필기구다. PC와 필기구 둘 다 필요한 것은 아니고, 둘 중 하나만 있으면 된다. 준비물은 책의 주요 내용을 메모하기 위함이다.


준비물을 챙겼다면 책상에 앉아 책 읽을 준비를 한다. 이 독서법은 누워서 수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책 내용을 머릿속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PC 혹은 노트에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을 기입한다. 제목을 적었으면 이제 책을 펼쳐본다.


먼저 책 표지를 펼치면 표지 안쪽의 날개면에 나오는 저자 소개를 훑는다. (맨 뒷면에 저자 소개가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는 것은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책을 썼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 소개를 자세히 살펴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보통 우리가 어떤 책을 고를 때에는 그 분야의 직업 세계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은 구직자는 큐레이터가 쓴 책을 읽어볼 것이고,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가고 싶은 언론사의 기자가 쓴 책을 읽어볼 것이다. 저자 소개에는 몇 년도에 태어나 어느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하고, 이러이러한 회사에서 일했으며, 어떤 책들을 썼는지 나와 있다. 저자 소개를 읽음으로써 직업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나마 ‘커리어 패스’를 살펴볼 수 있다. 단행본을 낼 정도면 저자는 그 분야에서 자리 잡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 진로를 설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서문이 나오는데, 글쓴이는 보통 이를 건너뛰고 목차 페이지로 간다. (한국 책들은 대부분 서문 뒤에 목차가 나오는데, 목차 뒤에 서문이 나오는 책도 있다.) 그리고 대강의 목차를 훑어본다. 목차를 읽었는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아니다 싶으면 책을 덮으면 된다. 또 내가 필요한 장만 읽는 것도 가능하다. 꼭 모든 책을 완독 할 필요가 없다. 참고로, 종이책은 목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으로 건너뛰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전자책은 여러 페이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보기에는 조금 어렵다. 발췌독을 한다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편하다.


이제 본격적인 독서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1) 내가 몰랐던 새로운 내용, 2) 기억했다가 나중에 써먹고 싶은 내용, 3) 좋은 표현이나 문장 등 인상 깊은 구절을 중심으로 기입한다. 페이지를 적고, 이어서 내용을 적는다.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는 경우 수월하게 작성할 수 있다. 손으로 노트에 쓰면 팔이 좀 아프긴 하지만, 정말로 기억하고 싶은 내용만 쓰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이기도 하다. 글쓴이는 문학(시, 소설, 에세이)의 경우 노트에, 나머지 장르의 경우 PC로 정리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작성할 수 있다. 실제로는 A4 용지 5장 정도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몇 개만 써보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저자의 주요 주장, 나도 한 번 생각해볼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메모했다.


■ 허루이린, <처음 시작하는 미학 공부>

15p 미는 다양한 인간과 사물에서 드러나며 이러한 미를 느끼는 것을 ‘미감(美感)’이라고 한다. 또한 일상생활 속의 이 같은 미를 표현하는 인간과 사물에 대해 사고하고 ‘미란 무엇인가’를 사색하는 것을 ‘미학’에 대한 사고라고 한다.

32p 표준 답안이 없는 문제야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각자 자신만의 문제이고 자신만의 답안이 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처리해야지 다른 사람이 관여할 수 없다. ‘미’의 문제는 다른 사람이 대신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고 본인이 직접 관찰하고 반성하며 탐구하고 체험해야 한다.

224p 고대에서 현대까지 예술은 미의 예술에서 창조성의 예술로, 모방의 예술에서 창조성의 예술로 변화했는데 이 두 개의 선은 역사적으로 서로 교차하며 발전했다. 고대와 중세에서는 미가 없으면 예술도 없고 모방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현대에서는 창조성이 없으면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까지의 과정만으로는 완전한 나의 지식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느낌은 들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아니라는 말이다. 책 내용이 생각이 잘 안 날 때 다시 꺼내볼 수는 있지만 그때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서평을 쓰는 것이다. 귀찮은 일이기는 하지만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다 읽었으면 며칠 정도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서 곱씹는 과정을 거칠 때 자신의 지식으로 흡수된다. 서평을 쓰기 전 메모를 다시 읽어보되 메모의 내용을 '복붙'하는 것은 좋지 않다. 메모와 서평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메모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면, 서평은 내가 내용들을 '재조합'한 것이다. 내용을 재구성해 나만의 목차를 만들고 그에 해당하는 내용을 작성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4용지 2장 정도 작성한 글을 일부 발췌했다. 책은 연대기적으로 서술돼 있었는데, 나는 책을 읽으며 새로 알게 된 사실 중심으로 작성했다.


● 미학과 예술학은 어떻게 다른가 : 허루이린의 <처음 시작하는 미학 공부>를 읽고

1. 미학의 기원 : ‘미학’은 1735년 독일의 철학자 바움가르텐이 1735년 내놓은 저서 『시에 관한 몇 가지 철학적 성찰』에서 ‘감성학’이라는 새로운 철학의 분파를 설립하자는 구상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바움가르텐이 '미학'이라는 용어를 정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철학자들이 '미'에 대해 탐구한 것은 훨씬 오래 전의 일이다.

2. 미학의 범위 : 이 책에서 와 닿은 표현은, 우리는 매일 '미'를 느끼지만, '미'에 대한 사고는 '미학'을 학습한 후에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미감(美感)’을 느끼는데, 단순히 "아름답다"라고 느끼고 지나가는 경우는 많아도, 진지하게 '미란 무엇인가'를 사색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3. 미학과 예술학의 차이 : 우선 미학은 예술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도 연구하는 데 반해, 예술학은 예술의 아름다움만을 연구하기 때문에 미학과 예술학은 똑같다고 할 수 없다. 또, 예술학은 예술의 아름다움 외에도 예술의 추함에 대해서도 연구하기 때문에 예술학과 미학은 서로 다르다. 이것이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4. 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 '미'에 대한 사고는 '미학'을 학습한 후에야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미'의 문제는 누가 대신 처리해줄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미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표준 답안이 없는 문제야말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작성한 뒤 본인의 SNS 계정에 올린다. 요즘 핫한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가 책에서 알려준 방법이다. 읽은 책이 있으면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을 하라는 것이다. 폼나고 재미나고 티 나게 읽을 때 훨씬 책 읽기가 즐거워진다는 게 그 이유다. 내가 작성한 내용을 보고 친구들도 그 책을 읽을 수 있고, 그 책을 이미 읽은 사람이 댓글을 다는 과정에서 지식이 더 풍부해진다. 만약 "허세"라며 비꼬는 친구가 있다면 가볍게 지르밟으면 된다. 책을 안 읽을 수는 있는데, 읽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믿고 거를 수 있는 기회다.


물론 모든 책을 이런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평 전 단계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도 모든 책에 대해 서평을 남기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서평까지 썼던 책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가 책을 추천해 달라거나,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뭔지 물어볼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펭수는 동년배 감성이니까 MBC <느낌표>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작가가 말했습니다. "유튜브 다음은 다시 종이책"이라고요. 이 말이 너무 인상 깊어서 한강을 오마주하는 마음으로 매거진 <유튜브 다음은 종이책>을 발행합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좋은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좋을지, 독서 모임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책 읽기에 관심은 있지만 읽는 게 힘드신 분들, 책을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은 분들, 독서를 통해 성장하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구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요댓글도 큰 힘이 됩니다. 

일러스트도 계속 업로드합니다!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