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본 글은 1,000여 권의 책을 읽어온 글쓴이가 독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쓴 내용입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세상에 책이 너무 많다.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쉽게 지쳐버린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책을 고르는 것도 독서의 과정 중 하나다. 책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은 특히 마케팅 공세를 퍼부어 팔리게끔 만드는 책들도 많다. 좋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이 필요하다.
표지를 보고 책을 고르라니, 황당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책도 하나의 물건이다. 이왕 사는 것 예쁜 물건으로 골라야 한다. 그래야 손이 가고, 책장을 넘겨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을 때도 표지가 중요하다. 표지가 내 마음에 들어야 중간중간 꺼내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표지가 예쁜 책이 좋은 책인 근거도 하나 있다. 표지가 예쁘다는 말은 출판사에서 그만큼 그 책을 정성스레 만들었다는 의미다. 내부 디자인팀 인력을 동원하거나, 프리랜서 북 디자이너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책 표지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다. 요즘 민음사나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책을 보면 정말 소장하고 싶게 책을 만든다. ‘독립서점 에디션’을 따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출판사에서 그만큼 신경을 써서 만든 책이면, 표지만큼 내용도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내가 성인이 되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사용하던 방법이다. 당시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있었다. 함께 대형서점에 가서 찬찬히 둘러본다. 그러면 친구가 이 책은 어떤 내용이고, 어떤 점에서 감명 깊게 읽었다고 간략하게 설명을 해준다.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을 구매했다. 주변에 분명 나보다 독서량이 많은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 친구가 읽는 책을 따라 읽는 방식을 추천한다. 몇 년을 그렇게 하다 보면 내 독서량도 점차 올라간다.
책을 이미 많이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주변의 추천을 받는 방식은 장점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종류의 책만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 친구의 추천은 나를 새로운 분야로 이끌어준다. 글쓴이는 한때 인문학에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독서모임의 한 친구가 과학 분야의 책을 추천해줬다. 머릿속이 새롭게 트이는 경험을 하면서 다른 과학 책들도 찾아 읽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점차 분야를 넓혀 가면 내 안의 지식과 경험이 확장된다.
이미 읽었던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쓴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 읽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2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내가 이미 그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때문에 작가의 다른 책도 좋아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레 독서 후의 만족감이 올라간다.
두 번째 장점은 작가의 세계관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런 이유로 어떤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책을 주구장창 읽는다.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 왠지 모르게 그 작가와 아는 사이가 된 것 같은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한 작가의 책이다 보니 반복되는 이야기가 나오거나, 플롯이 겹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가가 글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을 잘 알 수 있고,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하는 방식이다. 글쓴이가 이렇게 ‘덕질’한 작가들은 김훈, 한병철, 최진석, 강신주, 프리드리히 니체, 김수영, 문태준, 진중권, 임경선 등이 있고, 최근에는 김영민 교수의 글에 주목하고 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다 보면 권장도서 목록에 다다른다. 초등학생이 아니라면 이런 목록은 참고할 필요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필독도서 목록은 제공하는 기관도 많고, 각 연령대 별로 세분화돼 있어 확실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권장도서 목록은 독서량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좋은 책을 늘어놓은 경우가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이다. 우선 책 제목부터 숨이 막힌다. 한국문학, 외국문학, 동양사상, 서양사상, 과학기술 5개 카테고리로 구분을 했는데, 거의 전체가 ‘고전’이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고전을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목록은 왠지 모를 죄책감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도 나쁘다. 가볍게 제치는 것을 권장한다.
권장도서 대신 이용할 만한 서비스가 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지식인의 서재’다. 명사들이 나와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라는 주제로 책을 추천한다. 철학자, 과학자에서부터 대중문화 스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면서 책을 추천해주는데,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 서재에 두고 보는 책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권장도서 목록보다 책의 범주가 다양하고, 좋은 책들도 많이 소개된다.
유튜브에 “책 추천”을 검색해보면 많은 광고가 뜬다. 중간중간 광고가 아닌 것들도 보이지만 대체적으로는 광고다. 광고와 광고가 아닌 것을 구분해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좋겠지만, 분별력을 발휘하기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나로서는 차라리 모두 거르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유명 크리에이터가 어떤 책을 소개하면 ‘완판’되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를 집행한다. 물론, 추천한 책이 좋은 책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저 그런 책을 마케팅으로 포장한 책일 가능성이 더 크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추천에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서점에 가서 고르는 편이 실패 확률을 줄인다. 요즘은 독립서점이라고도 불리는 동네책방이 많아졌다. 동네책방 주인들은 기꺼이 책을 추천해줄 것이다.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플루언서보다 동네책방 주인이 나에게 잘 맞는 책을 큐레이션 해줄 수 있다. 글쓴이는 인스타그램으로 서점 계정을 팔로우한 뒤 일정 기간 동안 피드를 살펴본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직접 방문을 한다. 이렇게 정성스레 고른 책은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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