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엔 가쓰히코의 <1인 기업을 한다는 것>을 읽고
프리랜서와 1인 기업은 어떻게 다를까?
프리랜서와 1인 기업 사장은 혼자 일을 꾸린다는 점에서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기업으로부터 일을 받아서 하느냐, 내가 직접 일을 기획하느냐가 다르다. 연 매출 1,6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매각하고 1인 기업 사장이 된 이치엔 가쓰히코는 자신의 책 <1인 기업을 한다는 것>에서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그는 프리랜서를 ‘자신의 기능을 이용해서 능력을 매출로 바꾸는 개인사업자’로, 1인 기업을 ‘자신의 기능을 상품화해서 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뒤 매출을 올리는 법인’으로 정의한다. 즉, 프리랜서는 ‘플레이어’이고, 1인 기업 사장은 ‘프로듀서’라는 것이다.
가쓰히코는 규모를 갖춘 회사나 프리랜서와 비교해 1인 기업의 장점이 많다고 서술한다. 첫째, 시간적 자유다. 기업가라면 회사원보다 시간의 자유가 많을 것 같지만 직원들이 회사에 나오는 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해서 나만의 시간표대로 일하기 어렵다. 1인 기업가는 누군가의 시간에 맞춰 일할 필요가 없으므로 자유롭다. 둘째, 업무적 자유다. 창업가라면 대체로 높은 매출을 올려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다.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인건비와 임차료가 증가해 이익률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와 비교해 1인 기업 사장은 사장으로서 자신의 보수,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를 웃도는 이익이 발생하면 무리해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쓰히코의 지적이다.
1인 기업의 세 번째 장점은 거래처와 업무 파트너를 자신이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매출이란 무언가를 참거나 희생해서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프리랜서는 클라이언트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다음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 무리해서 일을 받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1인 기업은 고정비와 자신의 보수, 장래를 위한 약간의 저축만 확보하면 되기에 자신과 가치관이 맞는 고객들에게 둘러싸여 비즈니스를 즐길 수 있다. 넷째, 1인 기업은 몸집이 작기에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 제시된 키워드인 ‘거침없이 피보팅’과도 맥을 같이 한다. 피보팅은 ‘축을 옮긴다’는 의미로, 사업 전환을 뜻한다. 1인 기업가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조금씩 확장해나가기 용이한 사업 구조를 가진다.
가쓰히코는 1인 기업의 창업 아이템으로 ‘유형의 물건’과 ‘무형의 서비스’를 조합한 상품을 추천한다. 유형의 물건을 상품화할 경우 반드시 ‘원가’가 발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고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유형의 물건’만으로 업태를 구성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형의 물건은 상대적으로 팔기는 쉽지만 이익률은 낮다. 그렇다면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하면 괜찮을까? 무조건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컨설팅이나 시술 등 무형의 서비스는 원재료비와 매입원가가 발생하지 않아서 이익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팔기가 어렵다. 그래서 ‘팔기 쉽지만 이익률이 낮은 유형의 물건’과 ‘팔기 어렵지만 이익률이 높은 무형의 서비스’를 조합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라는 것이다. 가령 ‘컨설팅’이라는 상품을 예로 들면, 컨설팅이라는 무형의 ‘서비스’를 상품화해 판매하면서 거기에 텍스트와 교재, 도구 등의 ‘물건’을 부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팔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쓰히코가 보기에 ‘팔고 싶은 상품’ 대부분은 고객의 요구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팔리는 상품’은 고객의 요구가 표면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컨설팅’이라고 홍보하지 말고, ‘판촉물 진단 서비스’로 포장해서 홍보하라는 것이다. 물론 컨설팅 안에는 판촉물을 진단해주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었지만,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바가 상품 표면에 드러나야 ‘팔리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1) 사무실 : 가쓰히코는 이 책에서 1인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고정비’를 꼽는다. 고정비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사무실 임차료다. 임차료에 허덕이다 보면 지금 당장 매출을 낼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돼 본래의 사업 계획이 흐트러질 수 있다. 1인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사장의 멘탈인데, 사무실 임차료 비중이 너무 높으면 사장의 멘탈에 큰 부담감을 준다.
2) 재고 : 재고를 보유한다는 것은 매출이 발생하기 전 상품 또는 원자재 대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보관비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금전적 부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는 재고를 보유하더라도 경영에 크게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만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 조바심 : 가쓰히코는 창업 초기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고 싶어 ‘바터 거래’를 많이 했다고 한다. ‘바터(barter)’는 물물 교환을 의미하는 말로, 비즈니스에서 상대가 당신의 상품을 구입하면 자신도 상대의 상품을 구입하는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되는 것을 말한다. 보험, 정수기, 고객 관리 시스템, 스포츠센터 회원권 등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회사의 이익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 그는 매출을 올리고 싶은 충동과 조바심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것도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말한다.
1인 기업으로 이익을 확실하게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은 ‘영업 전략’과는 다르다. 가쓰히코는 이 둘에 대해 구분하는데, 먼저 영업 전략은 ‘어떻게 판매하고 어떻게 구매하게 하는가’이고,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이익을 올리는가’이다. 즉, 영업 전략은 상품의 판매 구조와 흐름을 디자인하는 것이고, 비즈니스 모델은 이익의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는 사업에 있어서 ‘어떻게 판매하는가’보다 ‘어떻게 이익을 만들어내는가’가 더 중요하고 말한다.
가쓰히코는 박리다매를 통한 고객 확보 전략은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에는 적합하지 모르지만, 1인 기업은 절대로 흉내 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때 사람은 즐거운 장소에 모여들고 재미있는 곳에 돈을 쓴 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가령 ‘B to C’ 사업의 경우 고객이 '생활비'가 아니라, '유흥 오락비'라는 카테고리로 지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판매하려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생활비라는 카테고리에서 나오는 것보다는 생활비 이외의 지갑에서 나오게 만들 때 이익률이 높아진다.
그가 1인 기업의 상품 개발 포인트로 꼽은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원재료 매입이나 재고가 필요 없는 비즈니스
고액의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 없는 비즈니스
높은 이익률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비즈니스
대금을 선금으로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다섯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라면 적어도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거나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싶은 경영자라면 참고해볼 만한 책이다. 창업에 관심 있는 직장인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유용한 책을 접할 때마다 매거진 <유튜브 다음은 종이책> (구독 바로가기)을 통해 종종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 글과 일러스트 계속 업로드합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