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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롱이 Feb 27. 2024

<당신은 무엇으로 추억을 떠올리시나요>

내가 그때를 추억하는 법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OST로 나온다. 그 노래가 영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거리를 거닐다가 그 노래를 듣고 옛 추억에 빠져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잔잔하고 감미롭게 흐르는 발라드는 옛사랑, 혹은 첫사랑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정 음악이 흐르면 그 시절이 생각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잔잔한 발라드만이 아닌 “2002년 월드컵 송”을 듣고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을 보면 음악의 장르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물론 음악도 포함해서) 다른 식으로 옛 추억이 생각나기도 한다. 

바로 “향기”. 즉, 그 당시에 내가 맡았던 향-냄새로 그 시절을 떠올린다.


한 번은 봄 저녁 새벽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날이 있었는데, 무언가 아련히 떠오를 듯하면서도 정확하지 않은 느낌의 그리움이 느껴지는 향을 맡았다.
 향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느낌 그대로를 써보자면 겨울이 막 지나서 영상 10도가 아직 안 되는 조금은 차가운 공기와 함께 벽돌로 지은 담장에 시멘트를 바른 향과 구형자동차의 매캐한 매연의 향이 섞여 있는 느낌. 자동차는 이미 3분 전쯤 지나쳐 가서 이 길로 차가 지나갔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는 향이다.
 1급 청정지역에 지어진 시멘트 공장의 냄새랄까?
 아무튼 그런 느낌의 향을 맡았는데 무언가 떠오를 것 같아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소믈리에가 와인을 시음하듯 코끝에서부터 코 안쪽으로 깊게 그리고 목을 지나 폐까지 안착하는 동안 최대한의 향을 맛보았다. 눈을 감고 몇 번 더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어? 뭐지?’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때 드는 생각은
 ‘역시 남자는 늙으면 청승맞아진다더니...’’
 사실 무엇 때문이었는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아련한 향이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향으로 기억한다고 말해 놓고,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니 이상해 보이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추억은 그 당시의 기억이라는 말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실제 있었던 사실보다 아름답게, 혹은 더욱 화려하게 미화되듯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머리가 나의 가슴이 기억하는 그런 순간을 말하고 싶다. 


여러분의 머리와 가슴은 무엇으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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