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2도의 1월 어느 날
두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어붙은 빙판 위에 올라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를 굽혀
투명한 얼음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그 안을 궁금해하다가
뒤꿈치를 들어 쿡쿡 찍어보고
어디서 구해왔는지 굵다란
나무 둥치의 끝을 뾰족이 깎아서는
서슴없이 찔러보고 기어코 큼지막한 돌뎅이를
머리 위로 들었다가 힘껏 내동댕이쳐서는
매끈한 얼음의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끝끝내 산산이 깨지지 않은 수면 아래
따스한 봄날 기다리는 어름치 서넛 숨어
안도의 한숨 내쉰다
사흘이 지나 영상 5도의 오후
아이들이 빙판 위 발을 디뎠다가
허술한 얼음판 꺼지는 바람에
어이쿠 까르르 잔망스러운 웃음
무릎 위까지 물에 잠긴다
차디찬 계곡물에 일부러 빠지는 아이들
그토록 단단히 얼어붙은 수면이
속절없이 쩌억 허물어지고 구멍이 뻥뻥
뚫리자 이번엔 아쉽다는 듯
입을 쩝쩝거리며 물가에서 서성이는 자들
물 위를 걷는 기적 같은 나날은
찰나에 불과했고 꿈결처럼
녹아내렸다
옴팡진 수면의 생채기 위로
반토막난 겨울 볕 내리쬐고
말간 물이 차오르며 겨우
새살이 돋아나려는데 굳이 그 위를 골라
콩콩 밟아대며 덧나게 하는
아이들의 장난질 원망스러워
저 아래서 길게 눈을 흘기는
어름치의 눈망울 순간 반짝인다
벌써 녹아내리는 얼음판이 못내 아쉬운 아이들. 몰라보게 홀쭉해진 눈사람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