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怒에 휩싸인 금수가 아니라면

2020년 마지막 시

by 라미루이







요즘 럭셔리하게 하얀 돛 펼친 요트를 타고

바닷길 오르는 게 유행이라지

남들은 뱃머리 서서

물멍 때리다 속 게워내고

사선으로 밤하늘 자르며 바다에 내리 꽂힌

별똥별에 환호하고 밤 꼴딱

지샌 후에 새벽 바다를 가르며 솟는

해돋이의 희열에 입 다물지 못하는데



사업가 H 씨, 그는 대체

머나먼 이국의 항구를 떠나 장장

7개월 동안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하는

바다와 하늘 마주하며

무슨 생각을 쌓아 올렸던 걸까?

그는 크로아티아에서 숨겨온 총을

태평양 너른 바다에 끝내 버리지 못하고,

갖은 난관을 헤치고는 고국의 땅 밟아

과거의 내연녀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얼마나 억한 감정을 묵묵히

쌓아왔기에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기어코 현실로

옮기고야 말았을까 차라리 그는

자신의 타오르는 노를 잠재울 격랑에

휘말려 조난당하는 것이 신상에 이로웠으리라

설령 천운이 닿아 구조되었더라도

지나간 악연의 늪에 두 발목 파묻혀

끝끝내 허우적대는 금수禽獸로 남았겠지만



심심풀이로 씹는 껌은 단내가 빠지면

미련을 두지 말고 퉤, 뱉어내자

괜히 아쉽다고 밤새도록 씹어대면

턱만 모나고 멀쩡한 이만 상하니까

곁을 스쳐간 과거는 곱씹지 말고

곱게 흘려보내자 떠올릴수록

원망스러운 자가 있더라도, 되새길수록

사무치는 일이 있더라도 하루 이틀

사흘을 넘어 이레 낮이고 밤이고

장막을 치고 밀려드는 파도를 뚫고

마침내 말간 얼굴을 내민

해돋이의 광휘를 접신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리볼버를 들어

6분의 1 확률이 100%가 될 때까지

상대의 좁은 미간에 은빛 불렛을 박을만한

도저히 허물어지지 않을

삼대三代를 이어 다져진 불탑의 기단基壇

붉은 피가 흐르기도 전에 두쪽 낼만큼

날 선 집념이 아니라면

벼린 작두날 위로 뛰어 오른 맨발

신들린 애동의 다홍 치맛폭에 새겨진

기라성 같은 원한이 아니라면

오늘 같은 날, 2020년 12월 31일

마지막 밤을 목전에 두고 아무

의미 없는 증오 후회 괴로움 따위

뭍에 이르러 흔적도 없이 스러지는 저

파도에 실어 멀리멀리 떠나보내는

호쾌한 마무리를 지었으면








아래 기사를 바탕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단독] 여수항 뚫고 요트 밀입국.. 총까지 쏴도 아무도 몰랐다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