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은 휴가 중

by 라미루이






거듭된 설거지의 부대낌 끝에

속살로 서서히 번지는 찬 기운 어색하다.

내 오른 검지 대신 닳고 닳아

끝내 바늘구멍 뚫린 고무장갑이여

점점 벌리는 상처 덧나기 전에

흉터 없이 아물게 해주는 연고 대신

실리콘을 얇게 발라 응급 처치하여

잠시나마 푹 쉬라고 거믓한

물때 낀 속내 비치게 까뒤집어

양지바른 곳에 널어놓았네

얼마간은 휴가 보낸 그 아이 대신

한 손만은 맨손으로

밥공기 나물 접시 새우젓 종지

구석구석 씻기고 헹구어 미끄덩한

기름기 쏙 빠진 뽀드득거림

생생하게 느껴야지




실 빵꾸 난 고무장갑은 실리콘 대신 순간접착제를 얇게 펴 발라도 틈을 메울 수 있답니다. 순접은 실리콘 대비 굳는 시간이 짧아서 응급 처치에 유리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