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 테일의 궤적을 찾아서
그때 그 제비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졌을까?
1.
2019년 늦여름 제주도립미술관
푸른 바다를 닮은 하늘을 떠받드는 중정
처마 모서리마다 공들여 지은 회색 제비집
두어 채를 바라보는 한 사내가 있다
2.
집과 옆집 건넛집을 이어주는 골목길이
온전히 아이들 몫이었을 때
사방으로 얼기고 설킨 골목 하나를
통으로 차지한 아이들
하루 온종일 동네 야구 대전을 펼쳤다
어스름한 땅거미 볕을 밀어낼 즈음
말랑한 짬뽕 공 움켜쥔 투수
앞발을 차고 회심의 일구 던질 때
저 멀리 전깃줄에서 겨냥한 살처럼
쏘아 올려진 한 마리 제비
좁은 골목길 반으로 가로짖는
폭포수 커브로 우르르 떨어진다
말라비틀어진 빨래 방망이
부여잡은 타자 힘껏 휘두르지만
허공을 찢는 양 날개 속삭임만
아이의 귓가 스쳤다
헛스윙 한 바퀴 돌고 돌아
놀란 아이 곁눈질에 새겨진
빗살 무늬 꽁지깃의 날랜 궤적은
허물어지는 골목길 파편에 묻혀
서서히 희미해지고..
3.
미술관 중정을 둘러싼 투명 유리벽 너머
어미를 찾는 굶주린 새끼들
애타는 지저귐이 갑자기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결정적인 순간
마운드에 오른 탐라의 에이스
바당 바람이 휘감아 던진 슬라이더류를 타고
낯익은 궤적 그리며 휘청 꺾어진 제비
어느새 호롱 둥지에 안착해 지새끼들
벌린 입구녕에 먹이를 넣어주고 있다
그때 그 골목길 마지막으로
꿈결마저 사라진 물 찬 제비 한 마리
다음에 날아올 구종球種은 뭘까
못내 궁금했는데
30년이 훌쩍 지나 남쪽 바다 건너
육지를 닮은 섬에서 이리 맞설 줄이야
그때 그 제비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당시 골목길을 가르며 가파르게 활강하던 제비들을 떠올리면..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국군의 비밀 병기 '데스 스타'를 파괴하기 위해 죽음의 협곡으로 파고들던
X-Wing 편대의 우아하면서도 날랜 비행을 닮은 듯해요.
굳이 닮은꼴을 찾자면 그렇다는 거지요.
어릴 적 자주 마주치던 제비는 어쩌면,
오롯이 사람들만이 드나들던 우리네 정겨운 골목길이 허물어지고
안락한 둥지를 지을 수 있는 드높은 처마 밑이 사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우리 곁을 떠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우리 곁을 스쳐 날아가던
물오른 제비의 삼각 꼬리깃이 그리는 궤적을
눈이 시릴 때까지, 끝까지 따라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