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손톱을 다듬다

by 라미루이






잘 나가는 배우 M의 눈썰미 좋은 열성 팬

그의 최근 사진에 담긴

유난히 짧게 공들여 다듬은 손톱을 보고

곁에 애인이 생긴 게 아닌가

섣부른 추측을 했었지

새해 벽두 터진 연애 소식

찐 팬의 예리한 눈은 틀림이 없었다



아이들 곤히 잠든 밤

멋대로 자란 손톱 모난 데 없이

둥글게 깎아내고 거칠은 거스러미

돋아난데 없이 줄질로 쓱쓱

다듬어 준다

아내는 한밤중에 사내가 청승맞게

뭔 손톱 손질이냐 눈을 길게 흘기지만

남자 속도 모르면서 가벼이 말 뱉지 마라

평생지기 애인에게 이 정도 배려는 기본

사소하다 못해 미미한 그 정도

은 얼마든지 들일 수 있다.

한 여자와 맺어진지 10년 지나서야

손톱 정리의 묘 깨우친 사내의

구부정한 등이 가까스로 펴진다



불 꺼진 어느 부부의 집

베란다 깊이 드리운 실눈 뜨고

안을 훔쳐보아 볼 발개진 저 달님아

뭐가 그리 남새시런지 수줍어 부르르 떨다가

지상에 드문드문 흩어진 가느란 속눈썹

한데 그러모아 허공에 하나씩 흩뿌리는

야릇한 겨울밤

깊어만 간다





남자의 잘 다듬어진 손톱을 보면 곁의 애인을 향한 배려심과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