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산간을
뒤흔들고 찢는 울음소리가
아래로 달리는 계류溪流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린다
푸른 하늘을 향해 만세 부르던
수목들 일제히 숨을 죽이고
뻣뻣한 수족을 뻗어 가리킨다
오가던 산객들도 걸음을 멈추고
한 곳을 바라본다
모두와 함께 정지한 시간이 주위를 살핀다
저기다, 저기!
세찬 계곡의 물이 저편으로 낙하하는
돌무리 틈에 무언가가 바동거린다
잠자리채를 거머쥔 짓궂은 아이들이
산책 나온 오리 가족을 쫓다가 그만
허둥지둥 도망치던 막둥 오리
갈라진 돌 사이에 한쪽 갈퀴
단단히 끼인 것이다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던 어미 오리
황급히 되돌아와 위급에 처한 아이 주위에서
퍼덕거리고 길게 목을 빼어 울부짖다가
부리로 발버둥 치는 꽁지깃 잡아당기며
기를 쓰고 빼내려는 것이었다
신나게 뒤를 쫓던 아이들은
푸닥질을 치며 솟아올라 달려드는
어미의 성난 기세에 질렸는지
다가가지도 못하고 무르지도 못하고
볼썽사납게 우두커니 서 있을 뿐
모두가 서로의 허리춤 틀어잡고
상습적으로 징검징검 건너로
게걸음 치는 시간의 발목 붙들고
늘어지며 힘을 겨루는 찰나
보다 못한 어떤 이
성큼 다가와서는 하마터면 부러질 뻔한
털 뭉치의 엇걸린 발부리 조심스레 꺼내 놓아준다
절뚝이던 그 아이 서툰 날갯짓 하며
어미 뒤를 따르더니 웅덩이 뛰어들어
자맥질을 하다가 산기슭으로 종종
사라져 버렸다
그제야 드잡이를 멈추고
째깍째깍 거칠게 내뱉는
무한한 숨결로 돌아가는 시간은
주위의 모든 기억을 동그랗게 지우고
다시 돌아와 새로운 기억을 슥슥 덧칠한다
하지만 시간은
오리의 뒤를 쫓던 아이들이
평생 그 기억의 짐을 짊어지고
험준한 바위산을 올라야 하는 벌을 내렸다
그들은 언젠가
그 가없는 아기 오리가
품에 놓아기르어 멀리 떠나보낼
자신의 아이들이 감당할 험난한 운명과
필연적으로 다가올 자신의 비극적인 최후와
겹쳐 보인다는 걸 깨닫고는
모두의 귀를 멀게 할
끔찍한 비명을 지르리라
마지막으로
끝없이 회전하는 시간의
엇갈린 스텝을 낚아채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스치듯 지나쳐
되감아보는 순간을 닮은
지난날, 그날의 영원한 일시 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