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 세상에 날 때부터
잠자리 어디든
껴안고 도는 애착 담요가 있다
아이는 그 담요를 '곰마'라 불렀다
곰마는 개키는 법이 여간 깐깐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빨간 리본 달린 언니 곰의 귀여운
얼굴이 드러나지 않으면
다시! 를 외쳤다
그럴 때면 아빠는 군말 없이
마름모 보자기를 개어 올려
봉긋한 밥사발을 감싸듯이
풀어헤치지 않도록 차곡차곡 추슬러
소풍 바구니를 든 곰돌이가 아닌
(아빠, 다시!)
새초롬한 곰순이가 아이를 밤새 보살피도록
둥글게 말아 올려서는
아이 품에 안겨주곤 했다
아이는 곰마만 곁에 있으면 모두가 잠든
밤에도 무섭지 않았다
새벽녘 아이가 홀로 깨더라도
곰마를 얼굴에 파묻고 킁킁 냄새를 맡으면
곧장 아침이었다
언젠가는 집을 떠나 멀리 여행을 가는데
곰마가 안 보인다고 차 안이 떠나가도록
구슬피 우는 바람에 중간에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아이가 열한 살이 되자
곰마는 거뭇거뭇 보풀이 일어 까칠해졌고
해맑던 곰순이의 얼굴도 흐릿해졌다
이제는 제주도나 해외여행을 갈 때
깜박 집에 두고 가도
그런가 보다 한다
아이는 가끔씩 곰마 없이 홀로 잠드는 것에
제법 익숙해졌고
아빠는 곰마를 어떻게 접어야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지
긴가민가해졌다
오랜만에
펼쳐진 곰마를 붙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빠를 보고
아빠도 참, 이리 줘봐
이제는 어둔 방에서도
아이는 혼자서 뚝딱 접어서는
품에 꼬옥 안아 동그란
얼굴을 깊이 파묻고는
아이 좋아, 포근해
부비부비 콧등을 비비며 눈을 감는다
곰마에는
지 엄마의 비릿한 젖 내음과
아빠의 머뭇거리는 손때와
배냇적 꼬릿꼬릿한 발꼬락 냄새
서글퍼 무서버 밤새 울음 짓던 나날의
알알한 눈물 자욱이 뒤엉켜
쌓여 있다
어쩌면 곰마는
엄마 아빠보다 더 오래
아이 곁에 머물면서
영영 바래지 않을 추억을 타래타래
한 올씩 풀어 여러 가락 보풀어내며
긴긴밤
지새울지도 모른다
솔의 애착 담요, 곰마. 보풀이 잔뜩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