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들이닥친 불청객

by 라미루이





낌새가 영 좋지 않다

둘째가 어제 새벽부터 열이 오른다 컨디션이 안 좋다 하더니

일어나서 보리차를 한 잔 마시고는

물 맛이 밍밍하다고, 평소와 달리 이상하다며 날 멍하니 바라본다

설마 설마 했는데..

간절기를 틈타 쉬이 지나가는 감기이겠거니 했는데..

난데없이 아이 다니는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연이 아버님,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해서 1, 2학년 전부 운동장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해요."

또 코 쑤시는 검사냐고, 오늘은 학교 가기 싫다고

자꾸만 현관에 주저앉는 아이를 달래고 채근하여

운동장 구석에 급히 설치된 흰 천막 아래서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검사를 받았다


얼마 전부터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맨 몸을 드러내며 등을 밀어달라 청하는가 하면,

지난밤은 마스크를 벗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꾸었다

오늘 오전,

마른하늘을 가르는 날벼락처럼

아이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오가는 곳은 집, 학교, 산 밖에 없건만

더 이상 피하거나 숨을 곳 없이,

거실 바닥에 검은 발자욱을 남기며

거침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은

어느새 아이 방 천장에 들러붙어

희번덕한 눈깔을 굴리며

쉬이익, 휘파람을 불어댄다


이미 마음의 준비는 마쳤다

아이와 집 안에서 온종일 부대끼며 지내는

부모가 한바탕 유행하는 돌림병의 굴레를

벗어난 적이 있었던가?

어디 물러날 데 없는,

지금의 상황을 무심히 받아들인다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는

괴괴한 그 손님이

자진하여 집 밖으로 떠나기를

담담히 기다릴 뿐..

부디

우리 가족들에게 큰 해악은 끼치지 말고

소리 소문 없이, 어느 날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집안에 우환이 겹쳐 당분간 몸을 낮추고 은신하려 합니다.

종종 무사히 살아있다는 근황 전하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부디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