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로사리우스 Rosarius

by 라미루이




둘째 연에 이어 첫째 솔도 코로나에 걸리고

나와 아내 또한 언제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불길한 아침 댓바람 칠 무렵 주차장 내려가

차 안 기어봉 걸린 묵주 한 다발 챙겨 집 안으로 들였다

화장실 들어가 손 씻고 묵주 벌려 왼 손목 감는데

버티던 끈이 삭았는지 그만,

툭 끊어져 물때 낀 타일 바닥에

대추나무 구슬 또르르 이리저리 구르고

십자가 조각 어딘가로 흩어졌다

이를 어쩌나! 싱숭한 마음에 허겁지겁

맨바닥 훑으며 줍고 샅샅이 수습하는데

그중 몇 알 어둑한 수챗구멍 빠졌는지

행방을 알 수 없더라



찬물 세수하고 제정신 차리어

아이들 장난감 구슬 꿰기 함 열어 질긴 낚싯줄 골라

한 알 두 알 줄줄이 엮어 질끈 양 끝 묶어

향초 심지 불 붙여 농 똑똑 매듭 떨구니

제법 튼튼해 보였다

동그란 묵주 여윈 손목에 재차 두르려다

저 하늘 이은 가느란 연, 기어코 싹둑 끊어질까 두려워

하찮은 중생 한 톨 소리 소문 없이

시커먼 지하로 내칠까 사라질까 저어하는 맘에

방 안 탁상 캘린더 모서리에 따로 모셨다



다음날 세 번째 코를 쑤시고서야

릴레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난생처음 겪는 온갖 고초와

나 몰라라 하는 무관심 방치에

멘탈은 너덜너덜 걸레짝 누더기 되고

몸무게는 5킬로 빠진 후에야

누런 낯빛으로 간신히 집에 돌아왔다



3주 전 떠날 때 그대로의 어수선한 방구석

조용히 들어와 읊조린다

영영 이별 같더니 이리 다시 만나 반갑소

십여 년 전 거여동 성당 드높은 회빛 천장 올려보며

견진성사 받든 세례명 베르나르도,

끝내 잊지 않아 고맙소!

미끈한 묵주 알 손에 쥐고 차례로 쓰담아 내려

굳게 새긴 십자가 이르자 천천히 성호 그어

짧은 기도 올렸다


감았던 눈을 뜨니

어디선가 불어온 장미꽃 바람결

사방 은은한 잔향 휘날려

온통 붉은빛

흘러넘쳐..






* 로사리우스(Rosarius): 가톨릭의 묵주. '성모 마리아께 영적인 장미 꽃다발을 바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