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이들

퇴원하는 날..

by 라미루이




1.

음압 병동에 들어온 지 열흘 째

10층 병실의 통창으로 바라본 저 편은

투명하지만 무심해 보였다


그곳을 떠나기 전

난 고심했다

무엇을 버리고

무언가를 곁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물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벌건 비닐봉지에 밀어 넣었다

모가 빳빳한 칫솔, 얼마 쓰지 않은 선크림과

매끄럽게 써지는 볼펜

입원복 대신 걸친 무지 티와 츄리닝 바지까지..

코로나의 숨결이 닿은 모든 것은

불결하게 물들어 오염된,

살처분되어야 마땅한 것처럼 저주를 받아

모두들 눈살을 찌푸리고 손사래를 치고

불길한 시선을 던지며 터부시했다


차마 다 버릴 수는 없었다

침대 옆에 놓인 파란색 좌욕기에 눈길이 닿았다

아무 쓰잘데기없는 미련이 남았다

고작 떠오른 건,

고열과 오한이 번갈아 엄습하는 가운데 채 아물지 않은

내 은밀한 환부를 따스하게 어루만진 그놈을

야멸차게 내칠 수 없다는 무언無言속삭임뿐

좌욕기는 불투명한 비닐에 밀봉되어

곁에 남았다


퇴원비 수납은 카드 결제가 아닌

계좌 이체를 통해서만 허락되었다

감염자의 신용 카드를 만지는 것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여기에 속한 모든 것은 유리창 밖의 저 세상과

철저히 격리되고 최대한 폐기되어야 했다

차라리 우리가

활활 타오르는 화형대에 올라

거뭇한 잿더미로 바스러져야만

저들의 두려움과 혐오, 의심에 가득 찬 눈초리를

겨우 거둘 것이니..



2.

얼마간 동고동락한 룸메와 병실 문을 나섰다

그는 갓 일곱 살 지난 아들의 오그라든 손을 놓칠 새라

퍼런 힘줄이 불거지도록 꼭 붙들고 있었다


하필이면 퇴원하는 날,

바깥 기온은 영하 10도로 곤두박질쳤다

낭한 반팔에 반바지 걸친 허연 낯빛의 아이가

지 아빠의 훤히 드러난 장딴지를 부여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입구를 꽁꽁 동여맨

각자의 소지품 담긴 검정 비닐 봉다리 한 손에 들고

마중 나온 이, 반기는 이

하나 없이 외진 정류장에

우둑허니 박힌 그들이

택시 차창 너머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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