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지옥에서 벗어나 두 달 고개 넘었건만
아직도 숨이 턱 막힌다
그리 자주 찾던 도서관, 카페 같은
사면이 막힌 실내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넘쳐흐른 히스타민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
뚫린 숨구멍을 진득하게 틀어막는다
우우웅!
음압기의 대형 팬 귓바퀴를 파고들고 후비어
쉴 새 없이 빙그르 돌고 돌면
이내 시야가 흐려지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감옥과 다름없는 한 칸 방구석에 갇혀
집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괜찮아? 오늘은 열 내렸어? 하고 안부를 묻지도
뜨끈한 정수리를 쓰다듬지도 못했다
온 가족이 릴레이로 확진되던 어느 새벽녘,
바짝 말라붙은 비강鼻腔 저 깊이 내려가
한바탕 불꽃 축제로구나!
화르륵, 퍼엉.. 검붉은 폭죽을 터뜨리며
기어코 한 가족을 무너뜨린 독감의 끝판왕,
각 인간의 열등함을 끈덕지게 파고드는
무자비한 사신, 코로나의 웃음
아니 비웃음이 얄팍한 고막에 들러붙어
떠나지를 않아
2.
가족들과 떨어져 뒤늦게 내쫓기다시피 끌려가다시피
중앙선을 가로질러 이리저리 칼치기를 하는
앰뷸런스 간이침대에 손발 묶인 죄인처럼 쭈그려 앉아
후각 & 미각 사이좋게 맛이 가 버려
밥맛도 떨어져 처먹은 것도 없는데
덜커덩 우욱,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
오바이트 수시로 치밀어 올라
가뜩이나 고열 치솟는데 어디 견뎌봐라 버텨봐라
증기 자욱한 한증막에 밑 장판 거뭇 타들어가는 온돌방 누웠는지
식은땀 줄줄 흐르다 연이어 왈칵 쏟은 진땀에
온몸 늘어진 파김치만치 푹푹 절어 기진맥진,
그렇게 서울 뒷골목 훑고 마을버스 마냥
두어 시간 고샅길 누비며
텅 빈 구급차를 꽉꽉 확진자로 채운 후에야
허옇게 질린 낯빛으로 도착한 태릉 생치소 어느 2인실,
정수리 휑히 드러난 근육질 룸메는
사나흘 몸살기만 돌고 열이 내리는데
옆 침대에 누운 난 어찌 이리 재수가 없을까?
하늘에 계신 신이시여 그리고 돌아가신 내 아버지,
제발 살아서 여길 나갈 수 있게 도와주소서!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번갈아 휘몰아치는 열풍과 오한에
바깥 창을 열었다가 이내 닫았다가,
타이레놀과 이름 모를 알약들을 한 웅금 삼켜도
겨드랑에 꽂은 가느란 체온계는 38도 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들어가도 않는 아침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다가
금방 샤워한 것처럼 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야
겨우 37.8 도를 향하는 체온이라니..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열이 오를 때마다 간호실로 연결되는 전화통을 붙잡고
읍소하며 5일을 보냈다
해열제를 두 알씩 먹어도 통 듣지를 않아
검지 끝 물려 측정하는 산소포화도가 점점 내려가 93이네요
두 콧구녕이 꽈악 막혀서 마스크를 쓰고는 숨 쉬기가 어렵소
시원하게 코 뚫리는 약이라도 처방해 주시오
눕기만 하면 지랄 맞은 기침이 터져 양쪽 가슴팍 쿡쿡 쑤셔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으니 수면제라도 문 밖에 두고 가시오
어렵사리 연결된 전화 건너편의 담당의는 입원하면 퇴소일이 열흘 늘어나요
병원에 들어가도 여기와 다를 바 없는데.. 거긴 더 최악이지
당신은 젊으니 시간이 지나면 나을 것이오
타이르고 구슬리는 그와 긴 대화를 마친 후 난 결심했다
-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 어느 누구도 내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 여기서 고분고분 나가면 다시는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리라
그날 오후,
얼마간 동고동락한 룸메와 건강하세요, 쾌차하세요!
뻘쭘한 인사말을 나누고
앰뷸런스를 타고 가까운 지정 병원으로 향했다
3.
만약 달리 결정하여 생치소에 그대로 남았더라면..
며칠 후 퇴소하여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면..
난 폐렴에 패혈증이 악화되어
생사를 달리했을지도 모르지
위이잉,
불 꺼진 4인 병실을 가득 메우는 음압기의 소음과 진동
뚜, 뚜우
건너편 침상에 누워 가쁜 숨을 들이 뱉는
어느 반백 할아버지의 콧줄이 빠졌다는
날 선 알람 소리가 여전히..
내 귓가를 울리고
온몸을 전율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