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의 하늘을 가리다시피 줄지은 단풍목의 녹음이 푸르르다. 내장호의 유유한 물길을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첫날 아침은 정읍 시내의 내로라하는 베이커리로 향한다. 마늘빵으로 유명한 '제이엘 제과점'.
토요일 오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 뒤에 서서 아이들은 엄마와 손을 맞잡고 엄지 누르기 게임을 즐긴다. 힘에서 밀리고 요령에 뒤져 매번 지는 게임이지만 아이들은 좋다고 깔깔거린다. 9시 40분이 지나자 통창을 가린 블라인드가 걷히고 미닫이 문이 열린다.
여유가 넘치는 여사장님이 손님들에게 묻는다.
- 마늘빵 사러 오신 분들은 개수 알려 주세요.
- 저흰 3개요.
- 5개 주세요.
- 앞서 들어온 분들이랑 일행 되시죠?
사장님이 매대를 바라보는 우릴 바라보며 묻는다. 난 한가족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기 품목의 쓸어 담기를 막고자 일행 당 마늘빵 6개로 구매 수량을 제한했다. 하루에 두 번 만드는 마늘빵은 길어도 한두 시간 이내에 매진된다 하니,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널리 알려진 마늘빵 이외에도 이 빵집의 몽블랑, 사과 샐러드 빵 등은 가격 대비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문을 나서는 아내의 손에 온갖 빵들이 한아름 담긴 봉지가 들렸다. 내장산 단풍 공원 주변에 자리 잡은 숙소로 돌아와 마늘빵을 맛본다. 꼼꼼히 감싼 은박 포장을 벗기자 알싸한 마늘 향이 사방에 퍼진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성된 속 반죽은 촉촉하면서도 씹을수록 쫄깃하다. 겉면에끼얹은 진득한 마늘 소스는 두툼한 빵 깊이, 찢어지는 결을 따라 속속들이 스며들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그 맛은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부드러운 빵의 식감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짭자름하면서 달달한 마늘 소스의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아메리카노나 우유와 함께라면 여남은 조각이라도 원 없이 먹어 치울 만한 마성을 지녔다. 아내가 욕심을 부려 5개나 챙겨 온 이유를 직접 맛보면서 깨달았다.
남은 마늘빵은 냉장실에 넣어 보관한다. 한참을 걷다가 시장기가 돌면 구덕한 마늘 소스가 듬뿍 발라진, 차가운 바게트를 입안에서 녹여 먹으려 한다. 내장산 깊은 골을 따라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만큼, 그 맛 또한 무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