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TD 가든에서 셀틱스와 맞붙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시리즈 전적 4:2로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종 점수와 별개로 주목해야 할 수치가 있다. 16:23, 턴오버 개수다. 셀틱스는 골스보다 7개 더 많다. 보스턴은 고비마다 연이은 턴오버로 골스에게 점수를 헌납해야 했다. 특히 4 쿼터 초반,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시점. 골스의 앞선 수비를 뚫지 못하고 3번의 연속 턴오버를 범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린-위긴스-GP2를 위시한 골스의 수비 라인은 빈틈없이 강력했다. 반면 보스턴은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집중력이 저하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골스의 모든 선수들은 제 역할에 충실했다.
클레이 탐슨은 '6차전의 사나이'란 애칭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41분 동안 코트에서 뛰면서 12 득점 5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무릎 십자인대와 아킬레스 파열이란 큰 부상에 허덕이다 2년 만에 돌아왔기에, 코트에서 장시간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앞으로도 큰 부상 없이 골스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마감했으면 한다.
그린은 오늘 승리의 수훈갑이었다. 그야말로 큰 경기에 강한, '챔피언 DNA'가 자신의 붉은 피에 흐르고 있노라고 공언하고 과시했다. 1 쿼터부터 코너 3점 슛을 클린 하게 꽂으며 보스턴의 수비진은 자신을 섀깅하면 큰코다칠 거라 경고했다. 4 쿼터에 그가 상대 센터 로윌삼(로버트 윌리엄스 3세)을 앞에 두고 던진 미들 샷이 적중하자 난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를 예감했다. "그렇지, 그린 너마저 두 자릿수 득점을 해준다면 골스는 무적이야!"
만약 그가 다음 시즌에도 정확도 높은 3점과 미들 레인지 샷을 넣어 준다면, 어느 팀에 가서도 주전으로 환영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앤드류 위긴스는 지난 5차전에서 보여준 포스만큼은 아니었지만, 보스턴의 에이스 '제이슨 테이텀'을 꽁꽁 묶는 스토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덕분에 테이텀은 후반에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지며 13 득점에 그쳤다. 2015년 파이널에서 르브론을 전담 마크하며 골스가 우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왕년의 파이널 MVP '안드레 이궈달라'의 전성기 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만약 파이널 MVP에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난 망설임 없이 그에게 한 표를 던졌으리라. 그가 없었다면 골스 수비벽의 한 축이 무너졌을 것이고, 공수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 것이다. 테이텀은 막판에 소나기 슛을 꽂으며 야생마처럼 날뛰었을 테고, 골스의 파이널 우승은 다음을 기약했을 것이다. 골스는 다음 시즌에도 위긴스가 팀 로스터 안에 머무르도록, 정규 시즌에도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게 그를 조련하고, 만족할 만한 계약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조던 풀은 게임을 거듭할수록 보스턴의 압박 수비에 적응하면서 알토란 같은 플레이를 펼쳤다. 15 득점에 3 리바운드. 그는 커리의 뒤를 이어 팀을 이끌어야 할 차세대 스타이다. 향후 상대의 강한 압박에 맞서 간결한 드리블과 순간 움직임을 통해 수비수의 타이밍을 무너뜨리고 허점을 파고드는 스킬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
케본 루니는 골스의 취약한 센터 포지션을 맡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커리와 탐슨 곁에서 스크린을 서며 상대 수비수를 교란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충분히 득점을 올릴 수 있음에도, 욕심을 버리고 팀에 헌신하는 그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없었다면 골스의 모션 오펜스는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상대 가드진의 민첩한 움직임을 방어하는 그의 탄탄한 수비 능력에도 찬사를 보낸다.
이전 멤피스와의 경기 중, 과격한 반칙으로 팔꿈치를 다친 GP2(게리 페이튼 2세) 또한 골스 우승의 일등 공신이다. 그는 20분 동안 코트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브라운, 호포드와 스마트 등 보스턴의 막강 공격진을 틀어막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커리를 노리고 스위치 하는 적들을 도움 수비하여 몇 번의 턴오버를 이끌어 냈다. 만약 그가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시즌 아웃되었다면, 골스의 작전 타임은 길어졌을 것이고 커 감독의 고민은 깊어졌으리라. 그만큼 그는 골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파이널로 향하는 청사진을 이루는 중요한 한 조각이다.
오포주, 비엘리차, 데미언 리, 치오자, JTA, 웨더스푼 그리고 쿠밍가, 무디까지.. 모두들 수고 많았다. 기나긴 시즌, 주전이 휴식을 취하고 점수 차를 유지할 수 있게, 코트 위에서 자리를 지킨 당신들이 있었기에 골스는 승수를 쌓고 통산 7번째 파이널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아차, 여기까지 선수들을 호명하면서 빠뜨린 선수가 있다. 무대를 빛내는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한다지 않는가.
3점 슛 6개 포함 34 득점에 7리바, 7 어시.
'스테판 커리'의 파이널 6차전 스탯이다. 지난 5차전에서 부진한 끝에 3점 슛 연속 경기 기록을 경신하는데 실패한 그는 보스턴 홈에서 내 외곽을 가리지 않고 골대를 폭격했다. 상대의 기세가 오를 때마다 찬물 샷을 터뜨리며 적지에서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경기 중반, 자신의 오른손 약지를 가리키며 "기필코 네 번째 우승 반지를 쟁취할 것이다! 바로 여기서.."라고 외치는 듯한 제스처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다.
'4번째' 반지를 꼭 쟁취하고 말리라. 비장함이 전해지는, 자신의 약지를 가리키며 공언하는 커리의 세리머니.
보스턴의 숨통을 끊는 결정타를 날리고.. 이제는 편히 잠들라는 특유의 세리머니
4 쿼터 말미, 모두가 지친 가운데 그는 앞장서서 험로를 뚫었다. 올해 DPOY를 수상한 스마트와 노련한 수비수 호포드를 단신으로 돌파하며 레이업을 연이어 성공시키는 장면은 98년 두 번째 쓰리핏에 도전하는 '조던'을 연상시킬 정도로 극적이었다. 보스턴의 홈팬들은 숨을 죽였다. 마지막 적의 숨통을 끊는 3점 샷은 혹시나 7차전까지 가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여지조차 깨끗이 지워 버렸다. 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해설자는 "Spectacular Finish!" 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올해 플옵과 파이널을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체력적인 한계마저 뛰어넘었다. 자신이 NBA와 세계 농구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임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한동안 정상에 머무르다 밑바닥으로 처박힌 팀을 끝내 떠나지 않고, 갖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악전고투하며 빛나는 왕좌에 다시 걸터앉았다. 그런 그에게 이번 파이널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그의 사무치는 회한이 가득한 표정과 인터뷰 도중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흔들리는 눈망울을 보고 난 코끝이 찡해질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올스타 MVP와 서부 컨파 MVP에 이어 대망의 파이널 MVP까지 석권한 '스테판 커리'. 그에게 이 글을 통해 하고픈 말이 있다. 당신과 골스가 있었기에 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오로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을 이어감에 있어, 우울한 코로나 시대를 통과함에 있어 당신이 경기 중에 분투하며 흘리는 땀방울과 넘치는 아드레날린이 내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었다고.
왜소한 체격 탓에 거구의 덩치에 밀려 넘어지고 뒹굴고, 발목이 꺾이는 가운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코트를 누비는 당신의 투혼을.. 2 미터 넘는 괴력의 거한들이 즐비한 골밑으로 거침없이 돌진하는, 당돌함과 결기에 찬 당신의 질주를 나 또한 닮고 싶었다고. 그 결심으로 무장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그 흔적이 조금이나마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크고 작은 부상을 무릅쓰고, 체력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보스턴의 모든 선수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다음 우승은 너희들 몫이라고 전하고 싶다. 또한 8 시즌 동안 4번째 우승을 차지한 골스의 모든 선수와 코치 진을 비롯한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시간 보내라고 따뜻한 말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