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살생

by 라미루이






때 이른 모기 한 마리

지 갈길 못 찾고 벽지에 쿵쿵

연신 헤딩하고 있길래

과거의 무수한 살상을 떠올리며

못 본 척 손으로 저어

밖으로 내쫓으려는데

하필이면 둘째가 방으로 들어와

그놈의 광기 어린 날갯짓을 목도하였다

끄아악 모기다 모기!

아빠, 나 피 빨리는 거야

가족에게 해를 주는 것들은

숨을 끊는다는 미명美名 하에

책상 위 반듯한 시집을 들어 사정없이 내리쳤다

난데없이 떨어진 거대한 비석飛石

미물微物의 비명이 쨍하고 울렸다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한 떨기 까만 재꽃

시신 곁에 묘비로 우뚝 선

누군가의 시집에 그만, 핏물이 들었다

한 사내를 상심케 하는

물 건너간 흠뻑 젖은 면죄부

두터운 살생부에 더해진 빨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