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ㄱㄷㅎ 10-3

by 매일의 기분

아무런 기록도 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것이 아깝게 느껴져 여자친구가 하는 것을 따라 일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여자친구는 월간으로 작성하는데, 나는 여자친구랑 너무 똑같이 하면 좀 그러니까 주간으로...ㅎㅎ...


13
저녁 때 명동성당에 들러 묵주 팔찌를 샀다. (8,000원) 7시 미사가 끝나고 나오면서 신부님께 축성을 부탁해 그 뒤로 차고 다니고 있다.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반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세례를 받기 전에 성물을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예비신자 교리교육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세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어쩐지 내가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에 자신이 없다고 할까... 묵주 팔찌를 차고 다니면 받게 될 질문들에 당당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 예비신자 교리교육 반에서 서울에 성지순례를 가게 되면서 묵주기도를 할 예정이니 묵주를 구매하라고 했기에 구매했다. 그리고 축성을 받고, 차고 다니니 어쩐지 진짜 천주교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세례는 안 받았지만 ㅠ) 사실 세상의 일들이 마음을 먹고 난 뒤에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일들은 행동을 하고 난 뒤에 마음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손목에 찬 묵주팔찌가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14
오랜만에 열린 소소시장에 방문(13일에도 잠시 들렀지만...)하였다. 가는 길에 광화문을 거쳐서 가는데 광화문에 차없는 거리 행사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농부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들과 벼룩시장 같은 장터가 열려서 그곳을 구경하며 지나갔다.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걸 보고 뜬금없이 행복한 사람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것에 열중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회사 업무로 여러 커뮤니티를 많이 살펴보고 있는데, 거기에는 온갖 혐오가 넘쳐난다. 그런 사람들에게 종종 달리는 댓글 중 하나가 '여기서 이러지 말고 밖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하라'는 것인데, 그 말이 새삼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과 온라인 세계 속에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다.(그곳에 나와서 가족들과 함께 여유롭고 행복한 주말을 보내는 듯 보이는 사람들도 싸우거나 불행할 때가 있겠지만.)

집에 오는 길에는 소소시장에 들러서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찍은 작가분의 인쇄물도 하나 구입했다. 원래 이런 것들을 잘 사는 편은 아닌데 오로라를 보는 것이 꿈 중 하나라서 별다른 고민 없이 샀던 것 같다.

000.jpg (왼쪽, A4 사이즈, 3000원 : 여자친구가 사줌)


16
블로그 구독자수가 600을 넘었다.(짝짝짝) 600을 넘으며 새삼 블로그를 둘러봤는 데 볼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것도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포스팅을 하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조금 더 나를 잘 표현할 수 있길.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조금 바뀌면서 고등학생들의 모의고사 날마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대충 밤 12시 조금 넘게까지)을 하게 되었다. 다음 날 1시 출근을 해도 되기 때문에 체력상은 큰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야근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꽤 생겼다. 다음 달에도수능과 모의고사가 연달아 있는데 생각만 해도 피곤해진다.

12시 넘어 퇴근하면 택시비 지원이 되는데 지난 달 야근 때는 택시가 안 잡혀서(...) 결국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택시가 잡혀 편히 집에 갔다.


17.
어제 야근을 하고 1시까지 출근을 해서 맘스터치 햄버거를 사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밍기적대다가 집근처 맘스터치에 도착했을 때 남은 여유 시간은 15분 정도... 마시듯 햄버거를 먹고 지하철에 탔다.

저녁엔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있어 성당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묵주기도를 배웠는데, 봉사자님께서 5단 묵주를 선물로 주셨다.(ㅠㅠ) 우리 엄마보다는 한 10살 정도 아래쯤 되시는 연배 같으신데, 다음주에 내가 만든 책이라도 선물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날 밤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미사를 드리는 모습이 생중계되었다고 한다. 천주교인으로서(예비지만) 자부심 넘치는 사건!!


19.
나의 골칫덩어리 아픈손가락 스승님 ㅡㅡ... 당분간 현실 만남은 자제하는 걸로...(다짐하기 위해 적어둔다)


20.
조카가 셋 있는데, 요즘 누나가 애들을 키우는 게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목>금 넘어가는 새벽에는 막내 조카(2세)가 아파서 응급실 다녀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칫솔 가지고 놀다가 혀 밑을 찔려서 피가 났다고 함) 금요일 낮에는 중이염때문에 원래 예약되어 있던 병원까지 갔는데, 검사한다고 막내의 얼굴을 꽉 잡고 있었더니 집 와서 누나 밉다고 가까이도 안 왔다고... 그리고 오늘, 토요일엔 매형 회사 체육대회에 애들을 다 끌고 갔다고 한다. 괜시리 짠한 마음에 힘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베스킨 라빈스 패밀리 기프티콘을 보내주었는데, 별로 안 힘들다고 말하는 누나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교육 반에서 서울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당고개(용산), 절두산, 새남터에 다녀왔는데 봉사자님들의 노력 덕분에 전혀 불편함 없이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예비신자 교리교육반 중 우리 반에서는 나를 빼곤 다른 사람들이 한 명도 가지 않아 나 혼자 가게 되었는데, 그런 내가 뻘쭘해 할까봐 여자친구가 같이 와줬다. 자기가 다니는 성당도 아닌데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설령 충만했던 하루!

미사를 드리면서는 누나(와 조카들)를 위해 기도를 했다.


21.
집에서 쉬며 책을 좀 읽었는데, 읽으며 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다.

첫째로는 지식을 쌓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이건 인간 누구나 가진 본능적인 즐거움이라고 생각) 둘째로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생각)를 듣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만 들으면 거의 같은 얘기만 하게 되고, 낯선 사람에게는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까지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친해지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들고, 친해진다는 보장도 없고)

반면 독서는 작가와의 인간관계 형성이란 과정을 생략하고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은 정서적 함양에 아주 좋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그런 과정들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그런 편의성에서 독서는 다른 사람의 내면을 보기에 아주 좋은 매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