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2)

용두사미

by 매일의 기분


본격적으로 창업에 전력을 다하기로 하고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가게 자리였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스타트업 직종은 IT/인터넷 서비스 분야다. 그 이유는 우선 초기 투자 비용이 적다(고 착각하는)는 데 있다. 반면 요식업 분야는 가게가 있어야 하고, 가게가 있으려면 자리(권리금, 보증금, 월세)와 시설(각종 전자제품, 인테리어 등)이 있어야 했다. 그 말은 곧 초기 비용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돈은 적었다. 대전시에서 지원받은 1,500만원과 선배가 어머니에게 빌린 돈 2,000만원, 도합 3,500만원이 우리가 가진 돈의 전부였다. 가진 돈이 적으면 당연히 몸으로 때워야만 했다.



우선은 대전 지역에서 우리가 가게를 할 만한 곳에 가서 그곳에 있는 부동산에 들러 저렴한 가게 자리를 알아보았다. 보증금 1,000만원 이하에 월세 50만원 이하의 권리금이 없는 가게라는 가게는 다 보고 다녔던 것 같다. 때마침 겨울이었는데, 추운 날씨를 아랑곳 않고 대전 곳곳을 누비며 가게를 보러 다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가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가게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위치와 장소가 아주 좋지 않았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우리도 나름의 양심(?)은 있었다. 넓은 가게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인 이미 인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테이크 아웃(포장) 파스타를 팔기로 결정했었다. 유럽 여행을 하며 흥미있게 봤던 것들 중 하나는 테이크 아웃 누들(면) 가게들이었다. 유럽에서는 중국식 면 요리를 테이크 아웃하는 가게들이 아주 많았는데, 그들에게는 그게 일종의 패스트푸드 같은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도 곧 테이크 아웃 면 붐이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지금 생각하면 낯뜨거워진다) 우리가 그것을 선점하자는 생각을 했다. 사실은 현실적인 문제(제대로 된 레스토랑을 차리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자본금) 때문에 자연스레 좁은 가게에서도 가능한 테이크 아웃 음식점을 차리자고 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가게를 구하는 시간은 대략 한달 반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수십개의 가게 자리를 보았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나던 곳은 무당집(...)이었다. 가격 때문에 정말 말도 안되는 곳까지 봤다는 얘기다.

그 와중에 우연히 우리가 졸업한 대학 근처의 자리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에 자리를 보러 갔다. 엄청나게 좋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가격 대비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였다. 자리도 넓지 않고, 전에는 옷장사를 하던 곳이었기 때문에 시설비도 많이 들 것 같았지만, 대학교에서 멀지 않다는 장점이 있었다. 가격 또한 어느 정도 맞춰줘서 고민 끝에 계약을 했다.



그것과 동시에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통해 돈이 안 드는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었고, 식재료상과 마트 등에 가서 가장 저렴하게 식재료를 살 수 있는 방법을 구상했고, 그 식재료들을 사와서 제품 개발과 메뉴얼화를 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했었다.

가게 계약이 완료되자 우선은 가게 인테리어와 공사를 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이미 월세가 나가고 있던 상황이고, 곧 대학교의 개강이 다가왔다. 최대한 빨리 가게를 오픈해야만 했다.

인테리어 공사는 함께 창업 프로그램에 지원을 했던 다른 창업 팀 선배의 지인을 통해 진행했다. 인테리어 비용도 부족했기 때문에 우리도 함께 나가서 공사를 했다. 어떤 날은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일한 적도 있었다. 인테리어 공사는 말 그대로 막노동이었다. 정말 힘들었다.

IMG2078.jpg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여러모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픈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내가 창업 팀에서 나가게 되었다. 그 사정을 말하자면 너무도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설명하긴 힘들 것 같다.(설명한다 해도 내 입장에서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을 아낀다.) 다만 그때의 허탈함과 망연자실한 감정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쨌건 호기롭게 시작했던 창업은 이렇게 갑작스럽고도 씁쓸하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특히나 오픈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그만두게 되었던 게 가장 아쉽다.

하지만 반대로는 오히려 잘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그만둔 덕분에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도 있었다. 더불어 그렇게 열었던 매장도 잘 되지 않아서 얼마가 지나고 폐업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나름대로 좋은 경험만 하고 나올 수 있었던 게 돌이켜 보면 전화위복이기도 한 것 같다.

창업에 대한 경험은 물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follow.jpg


:: contact _ napbock@naver.com

:: blog _ blog.naver.com/napbock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창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