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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4. 2016

빙수 블로거

TV 출연의 꿈


내 작은 꿈들 중 하나는 TV에 출연해 보는 것이다. 요즘이야 워낙 미디어가 발달해 TV의 위상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TV의 영향력은 모든 매체 중 가장 컸다. 
  
그때의 기억 덕분에 TV에 한 번쯤 나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무한도전에 우연히 출연해 일반인 감초 역할로 활약해 보는 것’이 구체적인 꿈인데 과연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TV에 나가는 꿈'은 한 번 이룰 뻔 한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작년이었는데, MBC의 ‘생방송 오늘저녁’ 팀에서 방송 출연 섭외 요청이 온 적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빙수 전문가(빙믈리에(...) 라는 표현을 썼다)로 초청해 방송을 촬영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었다.
  
뜬금없이 왜 연락을 했지 싶었지만, 그들은 내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했다고 했다. 나는 2013년부터 블로그에 빙수 리뷰를 꾸준히 올려 왔는데 그것을 본 제작진들이 프로그램 취지에 맞을 것 같다며 섭외 요청을 한 것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새로 제작 중인 빙수용 제빙기에 대한 평을 해달라고 했다. 나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을 했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TV 출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들은 몇 번에 걸쳐 방송 촬영 날짜를 바꿨고, 나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출연할 수가 없었다. 
  

첫 빙수 포스팅


2013년 여름이었다. 아직 한창 덥던 8월 중순이었지만, 집에 누워있던 나는 퍼뜩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에는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빙수를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여름이 가는 게 너무도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당시만 해도 빙수 전문점은 거의 없었고, 빙수는 여름 계절 한정 판매가 많았다.)
  
하지만 아쉬워한다고 해서는 지나간 여름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나는 남은 여름동안 최대한 많은 빙수를 먹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먹은 빙수들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빙수 리뷰가 시작됐다. 이때가 아마 가장 열정적으로 많은 빙수를 먹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냥 빙수를 먹고 마는 것과 빙수 포스팅을 하며 먹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우선 맛있는 빙수집을 찾아야 했고, 멀어도 가야 했고, 가서도 예민하게 먹어야 했다. 조금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지만 워낙 빙수를 좋아했기 때문에 대체로는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다. 

포스팅하면서 먹는 일의 가장 좋았던 점은, 포스팅을 의식하다보니 늘 새로운 빙수를 먹으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내 나름의 포스팅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한 번 포스팅한 빙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최대한 먹어보지 않은 빙수, 새로운 빙수를 먹어보려 했고 그러다보니 더 맛있고 새로운 빙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포스팅을 하는 중이다.
 
(빙수 리뷰 블로그 링크 : 가장 최근 포스팅)



새로운 빙수를 먹을 때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빙수는 아직 내가 먹지 못한 빙수다. 그리고 좋아하는 단골 빙수 집에 가면 이런 생각을 한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맛있게 빙수를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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