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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의 기분 Oct 12. 2016

상대성 이론

서울과 지방의 시간 개념 차이

  
초중고를 집 근처(충남 공주)에서 나오고 대학까지 집에서 멀지 않은 곳(대전)으로 가게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은 군대에 가서가 처음이었다.
     
전국은 물론 해외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만났으니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는데, 그 중 별 것 아니지만 무척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서울 사람들이 하는 서울의 지리 이야기였다. 한 서울 사람이 자신이 어디에 산다고 하면 다른 서울 사람이 o호선 oo역 근처냐고 자연스럽게 묻곤 했는데,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모습이 무척 멋져보였다. 나는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전히 어딜 가도 노선도를 매번 찾아보고 있다.

  
어느덧 서울에서 살게 된 지 3년차가 되었다. 아직도 서울에서 못 가본 곳들을 최대한 가보고 싶어 하는 것도, 아마 그때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의 몇몇 지역에 대해 알고(아직 많이는 모르지만), 그것에 대해 말하는 내 모습도 멋지다고 느껴질 때도 종종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서울에 살며 흥미로움을 느꼈던 것들(지리 관련) 중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시간 관념이 지방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내 고향 공주나 대학을 다니기 위해 살았던 대전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보통 차로 30분을 넘어가는 곳을 ‘상당히 먼 곳’으로 인식했다. 공주 같은 경우는 차로 30분을 넘게 가야 하면 그곳은 이미 다른 지역(다른 시)이었다. 공주에서 대전이 평균 3-40분(대중교통으로, 승용차는 더 빠르다) 정도 걸렸다.
     
대전은 공주보다야 크다지만, 30분을 넘게 차를 탄다면 그곳은 이미 대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일 정도였다. 통학하는 데 30분이 넘는 친구들도 별로 없었고, 있다고 하면 ‘힘들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만 해도 편도 3-40분이 먼 거리라고 생각해서 학교 근처에 자취를 했었다.
   


  
하지만 취직을 하고 서울에서 살게 되니, 서울에서의 3-40분은 지방과는 달리 별 것 아닌 거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3-40분은 아주 ‘평범한 거리’였던 것이다. 통학이나 출퇴근에 3-40분이 걸리는 것은 무난한 편에 속했다. 경기도에 살며 서울로 출근과 통학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런 사람들의 통근 시간은 일반적으로 편도 1시간 반씩 걸렸다. 
     
게다가 절대적인 거리가 가깝다고 금방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방의 경우는 자가용으로 30분이면 3-40km는 너끈히 이동했다. 정체 구간이 많지 않았고, 정체 된다고 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반면 서울에서의 기준은 전혀 달랐다. 한 번은 4km 정도의 거리(안국역에서 신라호텔)를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정확히 한 시간이 걸려 도착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정말 도로가 끔찍히 정체됐었다. 

물론 나도 평소에 그 거리의 이동에 그 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다. 하지만 이 정도 정체가 그렇게까지 드물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서울에서 버스 30분을 탄다면 보통 5~6km 이동이 고작 아닐까?
     

어쨌건 그래도 서울이 좋다.

     
이런 경험들을 겪고 나니 서울에서의 시간과 지방에서의 시간이 꼭 같게 흐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적 이론으로는 엉망인 이야기겠지만, 일종의 상대성 이론인 셈이다. 
     
약속이 있거나 볼일이 있을 경우 3-40분 정도가 걸리면 이제는 나도 ‘갈만하다’는 생각을, 1시간 정도가 걸리면 ‘무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인식이 전혀 바뀌게 되었다.
     


  
최근 본의 아니게 편도 한 시간 반 정도를 통근할 일이 생겨 매일같이 세 시간 정도를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속버스를 탈 경우 공주에서 서울까지가 보통 한 시간 반이 걸린다.(물론 운임 요금은 7~8배가 차이나지만) 
     
만약 지방에 살 때 매일 편도로 1시반 반씩을 걸려 어딘가에 가라고 하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 이곳의 삶에 조금 적응하고 나니까 이제는 그렇게 못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을 되새기고 있다. 
     
물론 매일 날아가 버리는 세 시간의 시간이 아까워 어쩔 줄 몰라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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