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선 청소기 시장의 역사는 다이슨 dyson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영국에 본사를 둔 다이슨 dyson이 말그대로 '독점'을 했던 시장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진공청소기 시장에서 다이슨 dyson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기존에 있던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만해도 '선이 없는 청소기, 먼지통 없는 청소기'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시장을 다이슨이 한국시장에 새롭게 만들어냈습니다. 2014년에 무선청소기는 전체 청소기 시장의 1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80%가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성장은 단연 다이슨의 업적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둘째, 다이슨 제품이 한국에서 판매된지는 10년이 넘었지만, 삼성과 LG가 경쟁제품을 내놓은 2018년 전까지만해도 이 시장에는 경쟁제품이 없었습니다. 너무 혁신적인 기술력을 가진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지난 10여년이 넘게 다이슨 제품은 국내 수입총판 회사가 수입을 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고 다이슨 글로벌 본사는 한국에 다이슨 코리아 dyson Korea를 설립(2017년 4월)하기에 이릅니다. 그만큼 한국의 무선청소기 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평가한 것입니다. 2018년 기준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의 규모는 년간 100만대가 팔리는 시장 규모이며, 매출액 규모로는 1조(약 8억달러)에 이르는 시장입니다.
영원한 독주는 없다, 지금은 다이슨과 LG의 양강구도
이렇게 다이슨 dyson이 지배하던 무선청소기 시장이 지금은 피튀기는 격전장이 되었습니다. LG와 삼성의 경쟁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LG의 대표제품은 코드제로 A9이고 삼성의 대표제품은 삼성Z입니다. 삼성은 마켓쉐어가 미미하기 때문에 본 분석에서는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LG가 다이슨에 맞서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무선청소기를 출시했을때만해도, 다이슨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LG가 "다이슨 짭"을 만들었다고 비아냥거리곤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LG가 고군분투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조금씩 다져갔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한번 크게 요동치게 됩니다. 2018년 10월, LG가 물걸레 기능이 포함된 무선청소기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이 소위 대박을 치게 됩니다. 온돌바닥문화를 가진 한국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이 제품 출시 이후 청소기 시장은 약 6개월만에 판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LG가 다이슨을 누르고 청소기 시장에서 마켓쉐어 1위로 등극을 하게 됩니다. 2016년 말, 3%, 2017년도에 약 20%에 불과했던 LG의 마켓쉐어가 무려 40%에 이르는 성장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 제품은 물걸레질을 하는 한국 고객에게 최적화된 제품이라, 세계시장에서는 아마도 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래도 LG 입장에서는 한번에 다이슨을 상대할 수는 없으니, 단계적으로 입지를 다져가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한국시장을 잡은 다음, 청소기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말이죠.
LG vs. 다이슨, 제품력의 싸움은 끝났다, 이제는 마케팅과 영업력의 싸움이다
더 이상, 무선청소기 시장은 제품력의 싸움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선이 있다가 없어지는 혁신은 무선청소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고, 다이슨은 오랜시간 이 혁신 위에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품은 상향평준화가 되었고, 지금부터는 마케팅과 영업력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청소기 선호도를 보아도 이제는 LG의 코드제로와 다이슨이 막상막하입니다. 다만, 선호도는 구매 직전의 가늠자일 뿐입니다. 고객이 무선청소기를 사기로 결정을 했을 때, 어떤 제품들을 놓고 고민을 하게 되는지에 대한 척도입니다. 여기까지는 마케팅의 영역입니다. 고객들에게 자사의 제품들의 존재와 강점들을 얼마나 잘 알리느냐의 문제입니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은 그 이후의 단계이고, 이제부터는 영업전략의 영역입니다. 하이마트나 이마트 같은 매장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고객들에게 잘 설명을 하는지, 어떤 종류의 할인을 할 것인지, 얼마나 할인을 할 것인지 등등. 정말 많은 요소들이 고객이 마지막 결정을 하게 될 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측면이 다이슨을 좋아하는 저 같은 고객 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시장이라는 특성, 그리고 이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는 태생부터 통종 한국기업인 LG를 이기기가 너무나 쉽지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이슨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또 한번의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다이슨이 늘 그래왔듯이 말이죠.
다이슨, 또 한번의 혁신을 기대합니다.
다이슨은 날개없는 선풍기를 만들었고, 선과 먼지통 없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혁신을 통해 시장을 창출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이슨이라는 회사와 브랜드가 좋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다이슨이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시장에서 몇 %의 마켓쉐어를 더 얻어내기 위한 지리한 싸움을 하기보다는, 또 한번의 혁신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음 시장은 아마도 로봇청소기가 아닐까 합니다. 당연히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을 목표로 만들고, 한국에 localization해줬으면 합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에서도 로봇시장은 점점 증가하고 있고, 분명 앞으로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번 더 진화할 청소기마켓을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