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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x Seo May 30. 2020

외국계기업 문화-너도 나도 모두가 다 "님".

현직자가 말하는 외국계기업 - 문화 (Culture)

일상처럼 진행되는 회의의 한 장면을 가져왔습니다.


주제는 지난 주의 매출에 대한 보고입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은 사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이고, 보고를 하는 사람은 각 영업담당자들입니다. 국내기업 기준으로 보자면 대략 대리~과장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홈쇼핑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폴님, 전자마트를 담당하고 있는 가브리엘님, 그리고 온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브라이언님이 각자 담당하고 있는 채널의 지난 한 주간의 매출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유합니다. 브라이언님이 발표를 하는 도중에 빅터님(영업상무님)이 질문합니다.

"브라이언님, 지난 주에 해당 제품이 유난히 금요일에 많이 팔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네, 빅터님. 지난 주 금요일은 해당 온라인 몰에서 one day 특별 행사를 했었습니다."



조금 특별한 점들이 있죠? 네, 호칭입니다.


첫째, 한글직급과 영문직급


외국계라고해서 다 똑같은 문화는 당연히 아닙니다, 오히려 더 차별화되는 개성들을 회사마다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적인 문화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식 직급에 대한 회사 차원의 정책입니다. 실제 대부분의 외국계회사에서는 영문 직급과 한글 직급을 병행해서 운영하거나, 혹은 한글 직급체계를 없애고 영문 직급만 운영합니다.


영문 직급은 Associate(주임), Specialist(대리), manager(과장~차장), senior manager(부장), director(임원), general manager(대표) 등으로 구분이 됩니다. 그리고 대리, 과장, 차장 등의 한국식 직급은 보통 쓰지 않습니다. 회사에 따라서 한글 직급과 영문 직급을 병행해서 쓰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승진과 연봉 책정은 영문 직급을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글 직급을 병행하는 목적은, 회사 밖에서 영업사원들이 고객을 만날 때 사용할 용도로 명함에 찍어주는 것이 유일한 목적입니다.


그렇다고 "브라이언 매니져님", 뭐 이렇게 영문 직급을 이름 뒤에 붙여서 부르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예시를 든 것처럼 서로가 "님"으로 호칭을 통일해서 부릅니다. 제가 있었던 회사에서는 사장님까지도 예외없이 "님"으로 불렀습니다. 사장님이 외국인일때는 심지어 이름만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한글직급을 없애는 걸까요?

군대문화, 혹은 상명하복식 수직적 문화로 대표되는 한국기업식 문화를 없애기 위한 상징적인 제도입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며 토론하는 것이 외국계 회사가 추구하는 문화입니다. 대리라고 불리면 과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과장이라고 불리면 부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내회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 영문이름


위의 예시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 한글이름을 쓰지 않고, 영문 이름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함께 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공용어로 영어를 쓰는 이들에게 한글 이름은 발음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죠. 두번째는 의사소통의 효율성 때문입니다. 대부분 임원들이 외국인인 다국적 기업의 특성 상, 매번 한글이름 때문에 서로간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만들게되면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마지막 이유는, 수평적인 문화 만들기의 일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문 이름으로 부르는게 문화 자체를 바꿀만큼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이런 호칭문화가 너무 낯설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큰 차이가 있습니다. 상호간에 영문이름과 님으로 평등하게 호칭을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좀 더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되고, 듣는 입장에서도 좀 더 귀 귀울여 듣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문이름과 "님"으로 호칭하는 다국적 기업의 문화는, 국내사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위계질서가 전혀 없다고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위에서 언급드린 것 처럼 분명 영문으로 된 직급체계가 존재하며, 그에 따른 업무와 책임의 영역도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다만, 각자의 업무에서만큼은 본인들이 가장 프로페셔널하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려있고, 따라서 이들의 목소리가 망설임없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문화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니까요.


글 | Max Seo

메일 | itsallyoursma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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