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아침이 조금씩 늦게 배달됩니다.

by 적적

닫혀있던 창문을 여는 일로 사람이 깨어났다는 것을 집안에 보고합니다. 대기하고 있던 햇살은 아직 햇살이라고 불릴 만큼 영글지 못했지만 떫은 채로 슬며시 발을 창가로 들이밀고 있습니다. 이때, 마른기침을 하거나 고양이 이름을 부릅니다. 고양이들은 때로는 달려와 목덜미를 이리저리 비벼대거나 대부분 못 들은 척합니다.

대부분 한 곳에 앉아 부를 때마다 귀가 움직이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이름을 부르는데 가끔 아주 가끔 달려오는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는 제법 목요일이 빨리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런 기분은 꽤 오랜만에 느끼는 것이어서 지난주를 꽤 열심히 살아냈나 보다 하고 생각되지 않고 주말이 화살처럼 지나가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름이라는 섬과 겨울이라는 섬 사이를 잇는 아주 좁고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고 있습니다. 섬과 섬 사이는 모두 도보로 걸어가는 것밖엔 달리 도리가 없으므로 살아있는 사람은 모두 차에서 내려 다리 위를 걷습니다. 뜨거운 기온으로 흐르던 땀도 마르는 건 느린 속도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다리를 걷거나 간혹 한없이 깊은 아래를 고개 숙여 바라다보며 잠시 멈추고 있습니다. 섬 사이의 거리가 제법 멀어서 부는 바람은 강한 데다 이미 반 이상을 건넌 상태입니다.

섬마다 공동묘지가 운영되고 있는데 묘비 대신 사람들의 머릿속엔 바람개비가 하나씩 생겨납니다. 섬에 도착해서 바람이 부는 날이면 떠난 사람이 생각나는 건 그 이유 때문입니다.

중간중간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거나 콧물을 발등까지 흘리며 휴지로 연신 코밑을 닦는 사람들로 입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사람들도 보이곤 합니다.


어떤 해에는 바닷길이 열리며 며칠 만에 사람들은 바짓단을 접고 바다를 건너 겨울이라는 섬에 도착하기도 하였습니다. 백 년만의 일이다.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곤 했었는데 겨울섬의 공동묘지에 안장된 사람도 꽤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곤 하였습니다.


이 다리는 서로 마주 오는 사람이 없으므로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만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늦가을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더 많이 떠오르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스럽고 평온한 목요일 아침입니다. 아침을 안 먹은 지 10년도 넘은 것 같습니다. 아침 대신 잠을 더 자거나 집중해서 글을 쓰겠다는 작은 바람은 아직까지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쓰러지지 않으려면 난간을 잡은 손을 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겨울섬이 멀지 않았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불을 피우고 돌판을 가져다 고기를 구워도 좋겠습니다. 젖은 살갗을 말리며 서로의 목에 긴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씌어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다리의 끝이 보입니다. 발을 내디뎌 봅시다.


아는 사람 중에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어느 계절도 사랑하지 않지만 수많은 계절과 같이 살고 헤어졌습니다.


지나는 가을과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다음 섬으로 가는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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