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시집을 만들고 싶었다는 고민형
고민형
다시 책 한 권이 얌전하게 여기 누워있습니다 누워있습니다 서 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책은 누워있습니다 안정감이 느껴지고 그러고 보면 눕는다는 것도 그저 세로에서 가로로 서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누워있었고 죽기 전까지 의식이 있었지만 그렇게 누워있었는데 오래 누워있는 사람은 누군가 주기적으로 뒤집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하지만 할머니는 누가 뒤집어 주지 않았어요. 할머니에게는 의식이 있었고 아마도 스스로 혼자서 그렇게 옆으로 뒤집으셨을 겁니다 죽기 전까지 죽기 전에 사람의 허리가 다리처럼 반원으로 굽어진 허리가 서서히 내려온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일까요 허리가 바닥에 닿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때는 정말 누웠다고 볼 수 있겠네요. 완전히 바닥으로 닿아버려서 바닥과 하나가 되어서 바닥으로부터 멀어져 있고 힘을 들이고 있고 애를 쓰는 상태가 아닌 것이겠군요 이 책은 이렇게 누워있는데 왜 죽은 할머니가 생각나는 것일까요 책은 누워서 얌전히 아무 말도 없이 있습니다 스스로 펴보라고도 하지 않고 그렇군요 표지가 날아가서 표지가 없어서 더더욱 아니 책표지는 있지만 요란한 선전 문구가 사라진 책이란 하나의 벽돌이나 자산처럼 있는 것이군요.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군요 책이란 겸손할 수 있군요 책은 스스로 그렇게 누워서 죽은 채로 있어도 팬찮다는 듯이 하지만 그저 세로에서 가로로 누워있을 뿐이지만 어떤 목직함으로 이 책은 네, 가볍지 않고 무겁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에게 우리에게 무겁다는 것이고 그렇군요 책은 우리에게 딱 맞게 그리고 우리로 부터 멀어져서 거대한 책으로도 가능할 것이지만 어떤 화석처럼 우리와 함께 죽음 왜 자꾸 책은 죽음을 떠올리게 할까요 박물관 에 가면 이 생물이 언제 '살았는지' 말해줘요 하지만 생물이 죽어있다고 지금 죽은 채 여기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어디서 살았는지 말해줘요 화석은 벌떡 일어나 그렇군요 천장까지 일어난 채로 서서 세로로 서서 내려다보고 올려다보고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군요 책은 누워있습니다 밟힌 것처럼 할머니도 지금쯤 바닥에 안착해있을 겁니다 무거운 것을 배 위에 올린 것처럼 어떤 먼지가 내려앉는 속도로 이미 죽어있고 생명도 없으며 떨어지기로 했지만 천천히 내려앉는 먼지 아니 지금 내 앞에서 솟구치는 먼지 올라가고 있는 먼지 책 위로 내려앉는 먼지 내려앉은 먼지 책 위에 먼지 오늘따라 책은 누워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원형의 다리가 바닥에 곧게 누워있는 것처럼 꽉 눌린 것처럼 그리고 조금 펴볼 수 있는 만큼
[출처] 문파 2024 겨울호
시식평
각각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야 한다. 잘 지내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내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말하는 건 지겹고 우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다른 것을 말해야 한다. 가죽의 뒷면에 대해서 말해야 하고, 서로의 것을 강렬하게 쑤셔야 하는데, 그걸 키스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시<키스하지 않으면 하차하겠습니다> 중에서
집 근처에 배달 전문 중국집이 있어요. 배달 기사들이 중국집 앞에 대기를 하고 있고 홀엔 테이블이 하나 한 남자가 우동을 먹고 있었어요. 아직도 모자엔 털어내지 못한 눈이 물처럼 흐르고 있는데 하얀 김을 얼굴 가득 뒤집어쓰고 하얀 면발을 입안 가득 우물거리며 단무지를 씹고 국물을 마시며 한 번도 쉬지 않은 채 우동을 먹는 모습을 보았어요.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고 3시쯤 홀린 듯 들어가 우동을 시켰습니다. 중국집에서 우동을.
시인의 시는 길고, 서사성을 띠고 있습니다. 흐름을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합니다. 처음 읽을 땐 무슨 말을 하려는가 싶다가, 여러 번 반복해서 소리를 내 읽으며 감탄이 터져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