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꿈을 먹습니다.

향기로운 한숨의 비용이 듭니다.

by 적적


불을 켜도 혹은 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아침입니다.

이곳은 어제저녁이 되자 쏟아지던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지더니 이젠 멈춰버렸습니다.


잠시 선풍기를 켤까 망설이다가 생각을 접습니다. 생각 없이 열어둔 창가로 비가 조금 들이치긴 했지만, 그 자리도 이젠 모두 말라 있습니다.


지구는 싱그럽고 선선한 여름날을 택배로 보내왔습니다.

이상 기온으로 끓어오르는 곳을 뉴스로 접하긴 했는데 아직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여유롭기만 합니다. 큰 길가에 정차된 트럭이 스피커를 통해 딱 세 마디를 한없이 반복합니다.


복…. 숭....아..


돌아본 곳으로 산처럼 쌓인 복숭아들의 얼굴과 눈을 마주칩니다.

복숭아가 나왔구나.


어릴 때 살던 곳의 옛 지명은 소사-옛지명으로 복사골-였습니다.

숲으로 지나는 길을 따라 들어가면 복숭아나무가 수없이 펼쳐진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낮엔 별 볼 일 없는 서울과 인천의 경계 도시였습니다. 밤이 되고 달이 차오르면 산비탈에 올라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는 일은 5월의 일과 중 마지막 일이었어요.


반짝이던 복숭아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곳.


게다가 꽃들은 이미 나는 자라서 복숭아가 될 거라고. 이미 꽃송이마다 복숭아 향이 나고 꽃잎을 따서 입 안에 머금으면 혀 끝으로 바람에 날리던 쌉싸름한 복숭아 향이 났었죠.

복숭아 트럭 앞으로 잠시 다가가 불어오는 바람처럼 복숭아를 바라다봅니다.

복숭아가 되기 이전 꽃이 피었을 시간을, 바람이 어루만졌을 가지를, 나무를 뒤덮었을 꽃잎을, 기다리고 멈춰서있던 밤바람까지. 꽃이 진 자리마다 통증 같은 몽우리

바닥에 깔려 짓무르지 않도록 아래쪽 복숭아를 몇 개 골라 봅니다.


먹을 수 있을 만큼 골라도 세 개 이상을 고를 수 없어서 잠시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제일 작은 비닐봉지를 건네주십니다.


꽃송이 세 개를 사 가지고 왔습니다. 세 송이 꽃잎에 불던 바람을 담아왔습니다. 그 바람이 잎들을 들춰내며 내비쳤을 햇살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그 많은 별 중 별 세계를 불을 켜지 않은 거실로 끌어들여 뾰족한 끝을 베어 뭅니다. 별의 아삭한 식감과 품고 있던 달콤한 과육이 달이 뜬 밤처럼 입안을 뒤덮었습니다.


오늘 세 개의 복숭아를 먹을 수 있을까 나는….


때마침 어머니 전화를 받았습니다. 복숭아 얘기를 하자 너무 잘했다고 하십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은 복숭아를 많이 많~이 먹어야 한다고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손끝에서…. 입가에서....

휴~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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