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선착장.

낙엽의 해안선에서

by 적적

화요일 아침이 심해로부터 건져 올린 선박처럼 뭍에 오릅니다. 이곳은 아침이 늦거나 오후 늦게서야 아침이 되곤 합니다.

온종일 바다로 나간 배들이 선착장으로 몰려듭니다. 들어오는 배의 일렁거림만으로도 어획량을 알 수 있습니다.


심하게 출렁거리는 나의 배는 선착장 가장자리 모서리 부근에 배에 연결된 밧줄로 매듭을 묶어 정박합니다. 밤은 정박한 배가 유실되지 않기를 바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배를 떠나는 일은 일상이라는 일렁거림에서 안착하는 일이기도 하며 뱃멀미를 멈추는 일이기도 합니다. 배에서 내린 뒤에도 한참 동안 몸은 배에서 내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배를 타며 뱃멀미에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신기한 일이기도 하며 배를 타지 않을 좋은 구실이기도 하겠지만 이별이나 죽음, 자괴감은 끝까지 익숙해지지는 않는 감정처럼 몸 안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계집아이가 엄마 뾰족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걸어가는 소리처럼요.


지난밤. 선착장에 너무 느슨하게 묶어 놓은 밧줄을 기억합니다.

일렁이는 요일의 파도에 더 많이 출렁이며 출항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유는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달팽이관이나 평형기관의 기능이 미숙하거나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배를 탄 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별반 중요치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물통을 바다에 던져 물을 길어 올리고 그 물로 한껏 물을 끼얹고 파랗고 빳빳한 솔로 갑판 위를 거칠게 밀어내는 일이나, 이제 곧 바다로 내던져질 그물을 빠짐없이 쳐다보다 구멍 난 그물 끝을 묶어 바늘로 다시 깁든, 혹은 이제 막 물이 끓기 시작하는 냄비 안으로 선원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도마 위를 손으로 쓰윽 문질러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내는 일이든지, 아니면 창문을 열고 조타실에 들어가면 한동안 나오지 않은 채 물속 깊은 곳의 물고기 떼를 쳐다보느라 한가로워 보인다든지.


그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곳에 모여 바다 입장에서 보면 터무니없이 무모한 장소에 놓여 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배를 타고 배에 오른 지 그렇게 오래되었으면서 뱃멀미를 하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단발이었는데, 귀 뒤쪽에 패치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간혹 얼굴이 창백해져 있던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힘껏 입 안에 넣어 깨물던 모습이 눈에 띄긴 하였지만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론 잘 견뎌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곤 하였습니다. 뱃멀미를 하고 있는 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거든요. 아마도 우린 파고가 잔잔해지면 선실로 들어가 가지고 온 책을 펼쳐놓곤 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급하게 선실 밖으로 뛰쳐나오다 종종 마주치곤 하였습니다.


왜 수평선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왜 엄지손가락에 피가 흐르는지….


때로 통증은 시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보다 빠르게 뇌에 전달되어 멀미에 도움이 되곤 하는 것이었죠.

멀미를 하는 뱃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동료애라고 보기엔 너무 안쓰러운 감정으로 창백해져 가는 한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는 일을.


이 어지럽고 메스꺼운.


어쩌면 나는 배에서 내린 적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젯밤 산책을 다녀오며 낙엽이 쌓인 거리를 걸었죠…. 아스팔트 바닥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낙엽에 닿아 검은 포말을 일으키며 사라지고 있었어요. 낙엽은 모래사장처럼 해안선으로 물거품을 감싸 안았어요.


낙엽의 해안선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오늘 새벽. 길가에 주차된 모든 차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그 해안가를 사진으로 남기기로 마음먹었죠.

당신을 그 낙엽의 해안가로 초대하려고.

보잘것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