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쏟아집니다. 아직 겨울 이불을 꺼내지 않은 이유는 이제 더 깊고 추운 계절은 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며 아직 배송 준비도 안 된 물건을 기다리며 문 앞에 서 있을 순 없기 때문이며 이 정도 기온에 겨울 외투를 입는다면 한겨울에 입을 수 있는 옷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침이 폭포수처럼 쏟아지지만, 이불은, 옷은 젖지 않습니다. 오로지 눈꺼풀과 손끝 그리고 쏟아지는 아침에 기지개를 켜고 두리번거리며 쏟아지는 아침을 확인한 뒤 흠뻑 젖어 들어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얼굴에 흐르는 아침을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며 정신을 차립니다.
오늘 아침은 흐리네요. 햇살이 없습니다. 멀리 있는 산은 더 멀리 있는 듯하고 흐린 하늘로 출발합니다. 아침은 이 정도 흐린 것으로 충분합니다. 모란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물을 마십니다. 모란의 물은 제가 쓰던 머그잔에 담아줍니다.
실컷 물을 마시고 스크레처를 박박 긁어 댄 후 계단을 올라 아마 지금쯤 제가 자던 침대의 가장 아래 깔아둔 시트를 머리로 들추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어쩌면 산책을 하고 돌아올 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저만의 환상일 확률이 높습니다.
출근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가로수도 낙엽을 떨구기엔 이른 시간입니다.
월요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지치고 무거운 몸입니다. 한 일에 비해 몸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오래전 에스키모인들의 마음을 화를 가라앉히는 법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저 집 밖으로 나와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눈보라와 바람을 뚫고 걷는다는 얘기 말이죠.
그리고 화가 가라앉으며 들고 있던 지팡이를 땅 위에 꽂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수많은 지팡이를 지나며 생각했을 것입니다. 때론 그 지팡이들을 바라다보며 지팡이 곁이 무덤이 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 들어선 길에 나서려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문을 닫아 잠가버리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