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다이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집에서 걸어가면 편의점을 지나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그곳이었죠. 시간이 나면 가끔 들르곤 하는데 구입할 물건을 미리 정하고 들어가거나 혹은 둘러보다 보면 구입할 것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오늘은 후자 쪽이었고요
2층에 올라가 유리 빨대와 실리콘 빨대를 보았어요 유리빨대는 분명 이틀 안에 깨뜨릴 것이 분명했기에 실리콘 빨대를 보고 있었어요. 1000원에 두 개를 파는 것과 삼천 원에 일곱 개가 들어있는 제품이 있었는데 두 개는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었어요 일곱 개는 뭐 랄 까
혼자 사는 제가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쓴다고 하는 것도 우습고 게다가 색이 비슷해 어제 어떤 걸 썼는지 알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물론 딱히 구입할 생각도 없었으니 돌아 나오려고 할 때 한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여자분이 거센 파도처럼 다가와 폭풍처럼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아까부터 저쪽에서 지켜보니까 7개는 좀 부담스러운 것 같은데 우리 돈을 모아서 서로 나누기로 하죠?
그녀의 광대에 있던 주근깨와 그리고 결정적으로 말을 할 때마다 이마 위에 위험천만하게 흔들리며 머리카락을 움켜쥔 구르프가 선택을 종용하고 있었어요.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구르프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죠. 그녀의 말에 온전히 설득되었어요
주방 용품 쪽을 어슬렁거리다 수세미 앞을 지나며 다시 한번 6 개와 2 개가 들어있는 수세미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조금 전 내린 결정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다시 다가왔어요. 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구르프를 보았어요
혼자 살다 보면.... 여러 개의 수세미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두 개를 사려면...
그녀가 말하면 태양계라도 환하게 웃으며 할부로 살 것 같았어요.
계산대에서 삐-쭉 거리며 그녀를 기다렸어요
그녀가 나오며
삼천 원 주면 되겠네요
그러더니 가방에서 검정 비닐봉지를 바람에 착착 날리며 빨대 4개 수세미 3개를 봉투에 담아주었어요
"좋은 분 만나서...... 고맙습니다 “
갑작스러운 존댓말에 당황스러워 피식 웃음이 났어요
다이소 앞 트럭에선 작은 케이스에 밑반찬들을 팔고 있었어요 세 팩에 만원이라고 쓰여있었는데 트럭 앞을 구경하다가 그녀가 저쪽에서 오는 걸 보고 얼른 자리를 피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