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부터 하는 거야.

울거나 웃을 땐 그리고...

by 적적

밤이 ‘컴-컴’ 짖습니다.


밤새 비가 옵니다. 두서너 시간은 족히 되는 시간을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큰 건널목을 두 개쯤 건너고 작은 건널목도 세 개쯤 지나서 공원에 도착하자 족구를 목숨 걸고 하는 사람들을 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데 질척해진 바닥을 차오르며

배는 임산부 같은데 몸은 제비처럼 날렵하여 같은 팀원을 리드하고 실수한 팀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먼저 달려가 손을 내밀고 일으켜 세우던 작은 키의 한 사내를 바라다보았습니다.


소리도 제일 크게 지르고 파이팅도 큰소리로 내지르고 튀어 오르는 이번공은 내가 받겠다며 소리 지르던 사내를 말이죠. 본인의 실수도 손을 들어 가볍게 상대방과 손을 마주치며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그리고 한 세트 졌다고 풀이 죽거나 하지 않는 동네 족구 경기 중 늘 보게 되는 사내를요 가벼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나름대론 불안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죠.


늘 그게 힘들었죠.

톡 차 올려!! 힘을 빼고 그냥 툭 차 올려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은 그 ‘톡’이나 ‘툭’을 위해 멈칫거리거나 바짝 긴장해 버리곤 공을 놓치는 거죠.


‘될 대로 돼라’ 나 ‘까짓’ 정도로 오늘은 그렇게 보내려구요


아는 선배 친구 중 극단 대표가 있었어요

작은 소극장 공연을 도와준 걸 계기로 잠시 연극 한 편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연극이란 건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하던 성극 정도였는데 뭐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때여서

일단 시작은 잘하는 저는 아침부터 극단에 틀어박혀 사람들을 관찰하며 배역에 맞춰 하루 종일 연습을 했었습니다 물론 처음 맡은 배역은 지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대사는 없었고 지문만 있었습니다. 지문을 제법 잘 따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동안 그 배역을 잘 해내고 있다가 여자 조명감독이 조연출과 대판 싸운 뒤 조연배우와 함께 극단을 나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간혹 조명감독과 조연배우가 사라지는 이유도 밝혀졌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었던 사람 중 하나가 조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제목의 연극에서 대사가 생기자 제법 열심히 대사를 외우고 그에 따른 지문과 동선 들을 머릿속에 기억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무대 바닥엔 저의 동선 위로 발 모양이 숫자가 적힌 현광 불빛처럼 드러나 보였죠


(미친 듯이 웃으며) 하하하하하하


가끔 그날의 꿈을 꿉니다


그 어두운 무대


머리로 기억하는 것을 누구보다 제대로 웃고 싶었던 기억.


그것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거라는 증명.


연출자 선배와 나와의 외 나무다리


하하하핳...


다시


하하ㅏ하하


다시


핳 ㅏ하하


다시


하ㅏㅏㅎ


다시


머릿속으로 수없이 많은 웃음소리가 갈기를 휘날리며 나를 지나쳐 앞서나가고


연출자 선배가 무대로 올라와 허리띠를 붙잡아 거칠게 흔듭니다 몸은 종이처럼 펄럭이고


허리를 움직여 그 반동으로 웃을 수 있어 왜! 왜! 왜! 몸이 경직되어 있는 거야. 웃는 건 몸으로 하는 거야. 몸 전체로. 순간 할 수 없는 나와 하고 싶었던 나 사이에서 하고 싶었던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눈치챈 나를 향한 절망으로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멈출 수 없는 눈물이었고 이유도 명백했죠.


잠깐 쉬자


이틀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웃는다는 건 몸을 풀고 호흡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죠


한동안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쓰여진다는 것이 몸이 경직되는 일이었다는 걸

그럴수록 나는 들 숨과 날 숨 사이를 번갈아가며 빠르고 과하게 호흡을 하고 있었습니다


웃을 수 있다는 건 몸을 푸는 일이었고 그것은 마음을 푸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과하지 않게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온몸을 흔들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며칠 전 친구와의 통화를 하며 꺼낸 이 얘기가 나를 나로 환기 시키며 나에게 가깝게 이끌지도 모릅니다. 물론 가까워진 나와 얼마나 함께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 그런 나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이월된 일과 닥쳐올 일의 높은 파고속을 이리저리 휩쓸릴 예상입니다.


의자에서 가만히 일어나 기억에 남아있는 빛나는 현광의 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허리를 앞뒤로 흔들며 들 숨과 날 숨 사이를 들락거리며 웃어봅니다

웃음소리를 내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므로 호흡만 해봅니다.


비 오는 창가를 바라다보던 모란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깜짝 놀라 몸을 비벼댑니다.




오늘 비는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