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지난주 금요일에 벌어졌던 일이야. 한낱 눈을 맞은 예기에 불과하겠지만, 아주 미묘한 느낌의 순간이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졌어. 이틀 전 눈이 너무 많이 왔었어. 녹아내리며 단단해져 가는 눈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침을 계속 흘리고 있었던 것 같아
비나 눈이 올 거라는 예보를 듣고 출근을 했어. 사실 비가 온다고 해도 우산을 챙겨나가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 비 맞는 걸 좋아하니까. 우산이 없는 건 아주 훌륭하고 완벽한 조건을 갖추는 일이기도 하고 왜 비를 맞고 다니는지 묻는 사람도 근래엔 없었던 것 같아. 비를 맞는 건 아주 명확한 이유가 있으니까.
3시경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나서 하늘을 계속 올려다보았어. 눈이 오기엔 하늘이 제법 파랬던 것 같아. 점심을 먹고 잠깐 창가에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두 시 반쯤 지나서 갑자기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눈이 오기 시작했어.
창가에 서서 눈 오는 풍경을 바라다보았지. 어두운 구름이 하늘을 천천히 덮어오자 반가운 사람이 오는 것처럼 문득 설레었던 것도 같아. 큰길 건너편을 바라다보고 있었던 것 같아. 사무실건물 바로 앞으로 건널목이 있었는데 그 건널목 건너편이 눈으로 흐릿해지더니 조르주 쇠라의 <라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라는 그림이.
팔레트에 색을 혼합하지 않은 채 원색의 점을 찍어 망막에서 혼색이 이루어져 그림에는 없는 색을 느낄 수 있다는 점묘화 일부가 떠올랐던 거야.
눈송이는 수많은 붓이 캔버스에 닿는 순간 같았어. 눈은 내리는데 아니라 허공에 닿고 있었던 거야.
사무실에 있다가 건너편 장면 속으로 점처럼 찍혀지고 싶었어. 겉옷도 입지 않은 채 홀린 듯이 사무실을 빠져나왔고 건널목을 건너 바라보던 자리에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던 자리를 다시 바라다보고 있었어. 눈이 오는 풍경 속에서 한 번도 눈 내린 적 없는 곳을 바라다보았어.
어디에도 없는 색이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거야.
풍경 속에 있던 나는 풍경 밖으로 다시 들어가 눈을 털어내고
수없이 붓끝으로 찍어낸 눈송이가, 눈 내리는 풍경을, 흡음판처럼 빨아들였어
원색이 점들이 온몸에 닿아있었지. 젖은 머리를 털고 손등에 닿았던 눈송이들이 살갗 아래로 잘 스며들도록 책상에 앉아 기다렸지.
사무실로 들어와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다시 바라보았지. 신호등 아래 작은 점묘화를 어디에 걸어둘까 생각할 즈음 눈이 멈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