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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적 3시간전

편린의 해안가, 물에 젖지 않는 꿈.

소리가 들려..

한쪽은 빨간색 다른 쪽은 검은색 반팔티를 그리고 가죽 재킷을 입고 출근하였습니다. 조금 쌀쌀한 기운을 받으며 어제 출근을 하였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며 햇살이 그대로 재킷에 닿자 재킷 안으로 햇살이 느껴지며 따스하다니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어느 해변 파라솔도 없이 앉아있으면 좋겠구나 하고 문득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할 때는 한낮의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없었구요. 마치 입안의 단맛이 쓴맛으로 변한 것처럼 아쉬웠습니다.

     

요즘 들어 몸은 퇴근을 기점으로 몸이 흩어지곤 합니다. 빗자루로 거리를 쓸어 한 곳에 모아둔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리듯 흩어져 버립니다.   

   

by적적 

그렇게 피곤한 몸은 자정이 넘어서면 다시 맑은 정신으로 환원되며 여러 가지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듭니다. 다녀왔던 천국의 어느 한 시점이라든지, 읽어 내려가며 자꾸만 떠나지 않고 뿌리를 내려버린 잡초 같은 문장이라든지.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해변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그저 따스하고 부드러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차고 오르는 느낌 재킷 안으로 느꼈던 따갑지 않고 누군가의 손으로 어루만져지던 따스함이 느껴지고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자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해변에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다보며 앉습니다. 푸른 물결이 바닥을 드러내며 끝없이 바다라는 것을 입증하는 동안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채버렸습니다. 소리. 소리.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음소거 된 공간으로 바닷가의 뜨거운 햇살이 하늘과 닿아 있는 바다가 그리고 그 넓은 해변에 나 혼자 뿐인 공포.     


꿈을 꾸고 있구나 나는 지금.      


파도 끝으로 환영의 손 인사 같은 흰 포말을 만지자 손끝으로 차가운 바다가 만져 집니다. 발목까지 바다가 감겨옵니다. 그렇게 바다로 사라져 버려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밀려오는 파도를 지나쳐 물거품이 시작된 지점까지 물속을 걷습니다. 살갗은 젖는데 옷은 젖지 않습니다.      


수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가서 멈췄던 숨을 풀고 호흡을 합니다. 새처럼 바닷속을 날아다닙니다. 너무 뻔한 꿈이라서 깨고 싶지 않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바다를 헤쳐 나갑니다. 해변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순간, 너무나도 허무한 이유로 꿈에서 깹니다. 발이 닿지 않는 두려움.

     

꿈에서 깰 때 해변의 바위에 부딪혀 몇 번 긁혔습니다. 깨어난 내게서 모란이 후다닥 도망칩니다.      


아침 산책을 나가려고 츄리닝을 입고 바람막이 재킷을 입습니다. 큰 길가로 나서며 하늘을 바라다봅니다. 하늘에서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by적적

목요일 아침은 제법 근사합니다.     

자동차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https://www.youtube.com/watch?v=70WX3Zx5l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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