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시원(始源) 그..... 아포리즘

문장의 검룡소

by 적적



모든 문장은 언젠가 마른땅을 뚫고 솟아오른다. 보이지 않는 지층 아래, 수천 겹으로 포개지고 눌린 말들의 물줄기가 있다. 오랜 시간 숨죽인 채 지내던 그것들이 마침내 한 점으로 터져 나온다. 누구도 보지 못한 문장의 근원은, 산기슭 아래 폐허처럼 고요한 숲의 그늘에서 조용히 울고 있다. 눈에 띄지 않고, 소리 없이 웅크린 채.



검룡소에는 강이 시작된다. 검은 용이 몸을 틀 듯 물이 솟는다. 강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솟아나는 것임을, 검룡소는 보여준다. 그 물은 물결이라기보다 전류다. 형식을 갖추기 전, 언어로 입혀지기 전, 울림 하나가 감각처럼 퍼진다. 소음보다 고요가 많고, 의미보다 기척이 짙다. 말이 아닌 몸으로 먼저 느껴지는 무언가. 문장이 시작되는 곳은 언제나 비가시적이다. 그것은 결코 드러나려 하지 않는다.



검룡소의 물은 다르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흐름이 없다. 고이지도 않고 흘러가지도 않는, 설명할 수 없는 투명함. 너무 맑아서 투명한 줄도 모르게 되는 지점. 너무 명확하여 말이 되지 않고, 너무 선명하여 읽히지 않는 문장이 있다. 그것은 언어의 바깥에서 웅크린 채 대기하는 말. 아직 인간의 언어가 닿지 않은,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닿아야 할 울림. 검룡소는 그런 문장으로 살아 있다. 말해지기 직전의 맥박처럼, 존재의 처음 떨림처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적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모란' 이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훔치고 싶은 문장을 파는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프로필은 당신과 나 사이엔 너무 긴 설명이죠?

80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연재를 끝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