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연재를 끝냈습니다.

프롤로그만 썼습니다.

by 적적


그해 가장 많은 비였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집안은 바닥이 빗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비가 멈춘 뒤에 보수공사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이틀 동안 바닥을 닦아가며 퇴근 시간 이후를 보내야 했었죠.


토요일 아침 일찍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공사에 대해 간략하게 얘기했어요. 9시가 넘자 창밖으로 밧줄 하나가 내려왔어요. 유리창을 등산화로 지지하던 남자가 창틀마다 실리콘을 쏘고 있었죠. 서로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고 침대로 올라가 음악을 틀고 책을 보고 있기로 했어요.

사내가 섬세하게 몸을 움직이며 조금씩 밧줄을 풀며 창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작업을 했어요.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와 잠시 서로를 바라다보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낯선 사람과 얘기하는 것이 아직도 불편합니다. 서먹함을 풀기 위해 한마디 던진다는 게.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일하시려면 무섭겠죠?


입을 다물고 서먹하게 있을 걸 그랬나 생각하고 있었죠.


저…. 사람…. 지금은 산에도 오르지 않지만, 예전엔 우리나라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암벽 등반가였어요. 동상으로 엄지손가락을 자르기 전까지는….


그녀가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정말 자랑스러운 상장 같은 남자에 관해 말하려다 무언가 지시를 하느라 다시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남자에게 소리쳤어요.


두 시간 정도의 작업이 끝나자 부부가 토요일에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며 꾸뻑 인사를 하였죠.

남자의 양손 엄지손가락이 사라졌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어요.

P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부자였어요. 처음 건물을 매입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그 건물을 담보로 그 옆에 건물을 그 건물들을 담보로 층수를 올리며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했어요. P가 하는 일이라곤 상가를 돌아다니며 임대료를 받는 일이 전부였어요.

한 번도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갔어요. 단 한 번도.


P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P의 아버지는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죠.

사선으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흠뻑 맞으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P의 아버지가 우산을 들고 서 있다가 손짓으로 가던 길을 멈추게 했었죠. P의 아버지와 술집에서 독대하게 되었죠.

속옷까지 다 젖어 의자에 앉기도 미안한 그 자리에서


건물을 보러 다니면 다 번지르르한 건물을 보게 돼. 비가 새는지 벽에 금이 가 있는지 살아봐야 보이는 법이거든. 그래야 비가 새는 곳을 알게 되고 보수를 하고. 사는 게 그런 것일 텐데

집도 돌보지 않고 비가 새는지 금이 가 있는지도 몰랐던 거야.


갑자기 들어온 가게 안으로 젖은 옷을 입은 채 듣고 있던 몸이 떨려왔어요.

우습게도 그렇게 떨리는 몸으로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었죠.


손오공이 에네르기파를 쏘기 위해 온몸에서 기를 모으듯이.


아마도 그날 그 해의 가장 지독한 감기에 걸렸던 기억.

집안으로 더 이상 빗물이 들이치지 않았냐구요?


한동안 빗물이 들이치지 않았죠. 그리고 작년부터 창틀에 고여있던 빗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배어 나오기 시작했어요. 고양이 모란은 떨어지는 물방울을 올려다보며 울었어요. 어느 맑은 여름날 기어코 창틀에 매달려 고체 형태로 된 마감재를 사다가 창틀 안쪽으로 덧바르기 시작한 뒤 이젠 아무리 비가 와도 빗물이 들이치지 않는 집이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