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벌려요~

오늘은 조금 늦을 거예요

by 적적

창으로부터 전달받은 하늘은 흐립니다. 아직도 일어나 선풍기를 쳐다보는 습관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됩니다. 닫혀있던 창문을 열자 기울어졌던 흙담이 무너지듯 차가운 공기가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집안은 조금 끈적이고 있습니다.


친구 할머니가 103세까지 사셨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지만 허리가 유난히 꼿꼿하셨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90도로 인사를 하고


일 잘하고 오시게.... 공부 열심히 하시게...

치마 속 속곳을 뒤적여 사탕을 꺼내 건네주셨습니다. 어떤 사탕을 건네받을지는 무작위였으므로 그날그날 달랐습니다. 길가의 모든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예외는 결단코 없었습니다.


어른이 주면 받고 고맙습니다 하는기다


열 살 배기부터 환갑 칠순이 지난 아저씨 아줌마들도 다들 차례를 기다리며 머리가 무릎에 닿도록 인사를 하였습니다. 속곳에서 나온 사탕은 이제 방금 짜낸 우유처럼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할머니는 비닐을 먹기 좋게 손수 벗겨 입 안에 넣는 것을 확인하셨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은 9월 중순쯤이었는데 할머니의 작은 집엔 문상객들이 사탕을 받아먹을 때처럼 한참을 기다렸다가 절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할머니께 사탕 하나씩 받아먹은 사람들이었고 검은 옷을 입고 손마다 사탕 한 봉지씩을 들고 있었습니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사탕이어서 다들 다른 사탕을 들고 있었습니다.


게 중엔 한 번도 할머니가 주지 않았던 사탕도 있었는데 각자의 기억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슈퍼에서 사탕을 사가지고 가라고 손마다 지폐를 쥐여주었습니다.


할머니의 상 앞엔 산처럼 사탕이 쌓였고 가을이 다 지나도록 할머니가 살아 계신 것처럼 동네 사람들은 사탕을 나눠 먹었습니다.


10월도 반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나뭇잎은 푸릅니다.


가을이 되자 흐린 하늘이, 그런 아침이 비교적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오늘도 분주합니다. 헤어볼을 토해놓고 거실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며 토해놓은 자리를 빨리 치워지기를 기다립니다.


그것은 명절날 아직 잠들어 있는 며느리가 자는 방 앞을 서성이며 인기척을 내는 시어머니 같습니다.

시간을 확인한 뒤 계단을 내려서며 모란이 만든 자국들을 하나둘 지워나가며 전진합니다.


이제야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진 모란은 제자리로 가 자리를 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부지런히 계단을 오르내리며 잠든 나를 깨워내 여느 고양이처럼 창가나 내다보며 멍하니 있다니.

늦지 않게 일어나고, 늦지 않게 산책을 하고, 늦지 않게 샤워를 하고, 늦지 않도록 출근을 하고, 늦지 않게 늦어지지 않도록….

모란이 기다리다 지쳐 이불속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발가락을 깨무는 시간 딱 3분 늦게 일어납니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2분 더 바라다보며 산책을 하고, 조금 여유롭게 샤워를 한 뒤 10분 정도 늦게 출근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화요일의 복수는 충분한 것도 같습니다.


그러려고 주말을 기다리는지도 모릅니다.


정작 일요일은 흥청망청 써버리면서


화요일 아침입니다.


부디 늦는 일 없도록 퇴근합시다.

이전 10화서로의 지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