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거짓말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를 처음 본 날의 공기는 이상하게도 매끈했다. 거칠 것이 없는 표면처럼, 불필요한 감정이 모두 닦여 나간 오후였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늦게 도착했고, 사과 대신 커피를 내려놓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여기는 항상 사람이 많네요”라고 말했다. 그 문장은 너무나 무난해서, 오히려 준비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이미 예감했어야 했다. 이 남자는 진실보다 상황을 먼저 고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목소리는 체온보다 약간 낮았다. 감정을 직접 전달하기보다는, 감정의 외곽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 특유의 온도였다. 그는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 이야기들 사이에는 늘 얇은 막이 하나씩 끼어 있었다. 직업, 가족, 과거의 연애. 모든 것이 정확해 보였고,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었다. 마치 잘 정리된 서류철을 넘기는 기분이었다. 페이지는 매끄럽게 넘어가지만, 손에 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거짓말은 과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절제되어 있었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한 문장, 반박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어조. 그는 거짓말을 할 때 눈을 피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친 채로, 아주 천천히 말을 골랐다. 그 침착함이 나를 방심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흔히 거짓말을 불안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거짓말은 안정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와 함께 걷는 동안, 도시는 배경이 되었다. 신호등은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색을 바꾸는 장치 같았고, 사람들은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소음을 흡수하는 흡음재처럼 지나갔다. 그는 내 옆에서 걷되, 나와 같은 속도로 걷지 않았다. 항상 반 박자 느리거나 빨랐다. 그 미세한 어긋남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맞추려는 쪽은 늘 나였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어릴 때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파도 소리가 자장가였다는 표현을 썼다. 너무 문학적인 문장이어서, 나는 웃으며 “정말이야?”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망설임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사실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그런 문장을 필요로 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바다가 필요했고, 파도가 필요했다. 그 상징을 빌려오지 않으면 자신을 말할 수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의 손은 말보다 솔직했다. 컵을 잡을 때, 문 손잡이를 돌릴 때, 내 팔꿈치를 스칠 때. 손은 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 정확함이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즉흥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모든 접촉은 계산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계산 속에는 이상하게도 배려가 섞여 있었다.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연습한 동작들. 나는 그 연습의 흔적을 읽어냈고, 그 흔적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확신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계절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여름에 내렸다는 비가, 내가 기억하는 그 해의 날씨와 맞지 않았다. 사소한 오류였다. 그러나 거짓말은 늘 사소한 곳에서 들킨다. 나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는 일보다, 그 거짓말이 유지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어졌다. 거짓말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 역시 작은 역할을 맡고 싶어졌다.
사랑은 종종 공모로 시작된다. 그는 거짓말을 제공했고, 나는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우리는 균형을 이루었다. 그의 말이 조금 흔들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화제를 바꾸었다. 그가 안심하는 얼굴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내가 더 안심했다. 진실을 요구하지 않는 관계는 생각보다 편안했다. 서로에게 기대치를 낮춘 상태에서, 우리는 안전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의 거짓말은 점점 세련되어 갔다. 처음에는 자신을 조금 더 좋아 보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나를 배려하기 위한 형태를 띠었다. 아프지 않다고 말했고, 괜찮다고 반복했다. 그 말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말을 믿는 쪽을 선택했다. 진실이 반드시 친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거짓말이 더 정확한 감정 전달 방식이 된다.
그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 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들. 언젠가, 아마도, 기회가 된다면. 그 불확실한 부사들이 그의 진심처럼 들렸다. 확신에 찬 약속보다, 망설이는 문장이 더 솔직하게 느껴졌다. 그는 미래를 확정하지 않음으로써, 현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그 전략을 이해했고, 이해한 순간 이미 깊이 빠져 있었다.
그의 거짓말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사람은 보통 상대의 진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선택, 혹은 아직 말할 수 없다는 선택. 그 선택 속에는 두려움과 배려, 그리고 약간의 비겁함이 섞여 있었다. 인간적인 조합이었다.
마침내 그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를 고백하려는 얼굴. 나는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알았다. 이 고백은 관계의 방향을 바꿀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막았다. “괜찮아.”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그는 안도했고, 나는 상실했다. 그러나 그 상실은 슬픔보다는 완성에 가까웠다. 거짓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그가 한 말들 중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의 거짓말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왔는가이다. 그 거짓말들은 나를 의심 많은 사람에서, 선택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믿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대신, 믿기로 결정하는 사람으로.
그 남자의 거짓말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문장, 다른 표정, 다른 사람 앞에서. 그 사실을 생각하면 약간의 질투가 느껴지지만, 곧 사라진다. 거짓말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친밀하다. 나는 그 비밀스러운 기술의 한 시기를 함께 통과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랑은 결국 사실 확인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함께 유지하기로 합의했는가의 문제다. 나는 그 남자의 거짓말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놀랍게도.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사진 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