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바꾸지 않은 채 함께 존재하는 일
한파주의보 같은 여자는 방 안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의 밀도를 바꾸는 사람이었다. 실내 난방이 아무리 강해도 그녀의 주변에는 늘 몇 도쯤 낮은 온도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체온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 말수는 적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각도는 언제나 정확했으며, 웃음은 준비된 표정처럼 늦게 도착했다.
외투의 소매 끝은 항상 깨끗했고, 머리카락은 바람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급한 결정을 하지 않았고, 사소한 감정의 변동을 얼굴에 남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태도를 차가움이라 불렀지만, 실은 견고함에 가까웠다. 겨울의 한복판에서만 가능한 집중력, 얼어붙은 도로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감각 같은 것.
태풍주의보 같은 남자는 반대로 예고 없이 방의 중심을 차지했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이미 소음이 먼저 도착했고, 발걸음은 늘 계획보다 한 박자 빨랐다. 그는 손으로 말을 했고, 말로 분위기를 흔들었다. 감정은 숨기기보다는 방출되는 쪽에 가까웠고, 웃음은 커서 종종 자신의 말 끝을 삼켰다.
셔츠의 단추 하나쯤은 늘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머리카락에는 바람의 방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두고 피곤하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그의 부재를 더 피곤해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파괴만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맑음이라는 사실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둘이 처음 마주 앉았을 때, 대화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온도와 기압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공기가 맞닿으면 대개 불안정한 흐름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날은 예외였다. 여자는 질문을 짧게 던졌고, 남자는 대답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 길이 차이는 불편함보다는 리듬을 만들었다.
여자가 말을 멈추면 남자는 그 침묵을 건너뛰지 않았고, 남자가 숨을 고를 때 여자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마치 서로의 기후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설명되지 않는 친숙함은 종종 과거를 의심하게 만들지만, 그들 사이에는 공유된 기억이 없었다. 대신 공유된 속도가 있었다.
여자의 하루는 일정표처럼 정돈되어 있었다. 아침은 같은 시간에 시작했고, 커피는 늘 같은 온도로 식었다. 그녀는 반복을 지루해하지 않았다. 반복은 실수를 줄이고, 실수의 부재는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남자의 하루는 지도 없이 움직이는 항로 같았다. 약속은 종종 변경되었고, 계획은 상황에 따라 변형되었다. 그는 그 불확실성을 자유라 불렀다. 흥미로운 점은, 여자가 그 자유를 부러워하지 않았고 남자 또한 그녀의 질서를 답답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신 서로의 방식이 만들어내는 잔여물을 관찰했다. 여자의 곁에서 남자는 속도를 낮추었고, 남자의 곁에서 여자는 시간을 잊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둘 다 과거를 장황하게 말하지 않았다. 상처를 자랑하지 않았고, 성공을 확대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이야기는 늘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 채 멈췄다. 그것은 회피라기보다 보존에 가까웠다.
어떤 이야기는 꺼내는 순간 닳아버린다는 사실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해지지 않은 문장들이 테이블 위에 남아 있었고, 그 문장들은 점점 서로를 닮아갔다. 여자의 침묵에는 남자의 과장이 가라앉았고, 남자의 소란에는 여자의 냉기가 섞였다.
계절에 대한 감각도 비슷했다. 여자는 겨울을 싫어하지 않았고, 남자는 여름을 과신하지 않았다. 극단의 계절은 늘 경고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었다. 한파주의보와 태풍주의보는 사람들을 집 안으로 밀어 넣고, 불필요한 이동을 중단시킨다.
둘은 그런 상태를 불행이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잠시 멈춤으로써 드러나는 것들에 주목했다. 창문 너머의 풍경,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소리, 느리게 움직이는 생각들.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외부의 세계는 종종 주의보 상태에 머물렀다.
다툼은 드물었지만 없지는 않았다. 여자의 말 한마디가 남자의 속도를 급격히 낮출 때가 있었고, 남자의 농담 하나가 여자의 표면을 갈라놓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균열은 오래 남지 않았다. 얼음은 녹을 수 있고, 바람은 잦아든다. 중요한 것은 균열의 모양이었다.
그것은 파괴의 흔적이라기보다, 서로의 성질이 닿았다는 증거에 가까웠다. 반복되는 갈등은 감정을 키우지 않았다. 대신 흔적을 남겼다. 테이블 위에 남은 긁힌 자국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은 표시.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사람들은 둘을 하나의 단어로 묶으려 했다. 연인, 동반자, 혹은 불안정한 조합. 그러나 그 어떤 명사도 정확하지 않았다. 여자는 여전히 한파주의보 같은 사람이었고, 남자는 여전히 태풍주의보 같은 사람이었다. 서로를 만나 다른 계절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의보의 의미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위험을 알리는 신호에서, 대비를 가능하게 하는 정보로. 함께 있을 때 그들은 더 조심해졌고, 동시에 덜 두려워했다.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상태였다. 방 안의 온도는 여전히 낮았고, 창밖에는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그 두 조건은 더 이상 충돌하지 않았다. 한파와 태풍은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경고는 반드시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가능성.
둘은 여전히 각자의 기후를 유지한 채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 움직이지 않음과 흔들림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 상태 속에서,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시작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날씨처럼.
조용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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