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자꾸만 낯설어집니다.
병원 복도처럼 차가운 일상.
장거리 연애를 하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습니다. 둘은 토요일 아침부터 서로를 만나기 위해 정성껏 오랜 시간 동안 샤워를 하고 특히 머리를 말리는 일과 옷을 고르는 일, 그리고 집을 나서며 손목에 뿌려 그 손목을 귀 뒤쪽 목덜미에 가만히 비벼 대고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어제까지 듣던 목소리를 숨결을 뒤척이며 내는 작은 소리와 서로를 그리워하며 내던 달콤하고 뜨거운 한숨 소리를 손으로 만지기 위해 상행선과 하행선이 만나는 교차점을 향해 갑니다.
비가 그치고 땅은 비가 왔었다는 기억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풍경도 익숙해졌지만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설렘은 매번 깊이를 달리하며 다가설지도 모릅니다.
깊이를 달리하는 낯선 것들이 주는 긴장감으로 손 안으로 땀이 배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내려야 할 역을 확인하기 전 가방을 좌석에 두고 객차 화장실로 천천히 걸어가며 마지막으로 흔들리는 화장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쓸어 올린 뒤 물기가 마르지 않은 세면대에서 마지막으로 손을 씻을 것입니다.
마르지 않은 손을 가볍게 털어내며 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그제야 함께 열차를 타고 왔던 사람들이 보일 것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사람들 그리고 다시 낯선 사람들 남자가 내리고 나면 텅 빈자리를 다시 누군가 앉아 종착역을 향해 달려갈 것입니다.
역대합실은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러 온 사람과 도착한 사람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대기실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핸드폰을 켜 그녀가 보내온 사진 한 장 속에서 열차 호수를 확인한 뒤 흡연실을 찾아가 서둘러 담배에 불을 붙여 긴 연기를 뿜어냅니다.
다시 한번 화장실로 가서 차가운 물로 풍성하게 일어난 비누 거품을 씻어냅니다. 그녀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옵니다. 떨리던 목소리가, 간혹 울먹이며 보고 싶다고 말하던 숨결이 멀리서 걸어 나옵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가 토요일 새벽까지 깨어있습니다. 그녀가 가만히 담배 두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그의 입술에 한 개비의 담배를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담뱃재가 지구 중심을 향해 떨어질 때까지 입맞춤합니다. 그리고 긴 연기는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내뿜었다가 다시 입을 맞춥니다.
그 시간이 끝날 때쯤 나는 눈을 뜹니다. 혼자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합니다. 멈춰서 아니 멈춰 설 때마다 담배를 피웠을지도 모릅니다. 그 새벽 동네 이름을 자랑스럽게 새겨 넣은 운동복을 입은 사내 몇이 짧은 반바지 차림입니다.
근육으로 차오른 종아리를 드러내고 젖은 수건을 목에 늘어뜨린 채 맥주 한 캔을 손을 들고 사라져 갑니다.
다른 색깔의 운동복을 입은 사내들이 뒤따라옵니다. 서로를 밀쳐내며 크게 웃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스치는 바람마저 아쉬울지도 모릅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헤어져야 할 일요일과 곁을 떠나야 할 이 달콤함.
그녀의 입가가 울며 눈은 웃습니다. 흐린 일요일 아침을 가만히 만져봅니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하나씩 나눕니다. 그녀가 뿜어낸 연기에 내가 뿜어낸 연기를 교차시키자….
그녀가 웃습니다.
낯선 것은 더 낯선 깊이를 만듭니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