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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Dec 09. 2015

식은 커피도 맛있다.

- 격렬하게 삐뚤어지고 싶다. 혹은 격렬하게 따뜻해지고 싶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찾는 무언가는 카페인, 

하룻밤 사이 겨울의 건조함을 그대로 간직한 찬 공기와 마주한 채, 

부스스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벼봅니다.

차가운 마룻바닥을 피하기 위해 나의 무게(몸의 무게일지, 마음의 무게일지는 짐작하기 힘들지만)로 인해

납닥~해진 슬리퍼를 발에 끼우고

반쯤 감긴 눈꺼풀 사이로 더듬더듬 캡슐을 향해 손을 뻗는다.

뭔가 자동화된 시스템 마냥 캡슐을 머신에 집어넣고 버튼을 눌러준다.  

길게 한 번, 짧게 한 번,,,

조금은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내 코끝을 자극하는 구수한 커피 향과 

머그잔에 뭉게뭉게 올라오는 크레마, 

일회용 캡슐 속 마력을 지닌 까만 액체가 나의 하루를 그렇게 깨워준다.    





블루투스와 휴대폰의 조우,,,

음악을 들으며,,,

차가운 가죽 소파를 피해 포근한 카펫 위에 앉아 창 밖 겨울 풍경에 시선을 던져본다.


'언제 이토록 앙상해졌을까?'

화사한 색감을 자랑했던 단풍진 잎들은 어느새 다 떨어지고 

뭔가 쨍~한 12월 초겨울의 하늘색과 맞물려 황량함마저 느껴지는 나뭇가지,,,

하지만 그 마저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따뜻함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내 가슴이 그 보다 따뜻하지 못 하다는 뜻인지,

아니면, 그만큼 따뜻함이 숨 쉬고 있다는 뜻인지,,,    


나이가 들수록 삐딱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눈을 뜨게 된다.

‘격렬하게 삐뚤어지고 싶다.’ 

이런 마음이 어느새 내 마음 한 구~탱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창밖으로 던진 시선 한 자락에 어느새 난 내 마음의 삐뚤어짐을 바라본다.    


다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의 넘김


“맛있다.”    


그래,,, 황량함이 느껴지는 나뭇가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다 식어버린 커피 한 모금에서 느끼는 미감,

아무리 나이가 들어 삐뚤어졌다고 해도 

결코 천성은 바뀌지 못하는 듯 싶다. 

'격렬하게 따뜻해지고 싶다.'

2015년 얼마 남지 않은 겨울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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