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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초이 Nov 07. 2020

내 마음, 내 정신줄 챙기면서 살기

'마음챙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우리는 아픈 사람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보편적인 단어가 보여주듯,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들과 우리는 매일 함께 일하며 살아간다. 친구들과 그런 사람들에 대해 뒷담화를 할 때면 '그 사람 (정신이) 많이 아파~ 이해하고 넘어가자' 하는 우스갯소리도 하고는 했다. 그런데 가끔 문득, 흠 나도 아픈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평소의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거나, 머릿속으로만 해야 하는 말들을 입밖에 내버려서 밤잠을 설치며 이불킥을 하는 날이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나이가 들면서 지혜가 쌓이면, 더 멋있는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그저 치유가 필요한 아픈 사람에서 점점 더 아픈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치유의 시작은 <자각>

모든 치유의 근본은 '자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자각 = 쉬운 말로 '알아차림'이다. 친구에게 고민을 늘어놓다가 '어? 이 고민 이미 내가 답을 알고 있었잖아?' 했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능력은 모두의 마음 안에 이미 존재한다. 그저 잊고 지내는 것뿐. 눈 앞에 보이는 우선순위가 매겨진 일들이 늘 쌓여있고, 그런 걱정거리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바쁘게 지내다 보니, 내가 가진 능력이더라도 잊고 지내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명상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른보다 어린아이들이 훨씬 잘 쓰는 능력이라고-)


알아차림 연습하기

알아차리는 연습은 어떻게 할까. 매 순간마다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며 느껴지는 감각, 떠오르는 생각, 나타나는 감정을 파악하는 수행을 '마음챙김'이라고 한다. 출근할 때 예쁜 옷 입고, 화장하듯, 마음도 정신줄도 잘 챙겨서 출근하면, 복잡 다난한 회사에서도 매 순간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또렷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했다. 


마음챙김: MBSR (Mindfulness based on stress reduction) 

불교의 명상법인 '위파사나'가 존 카밧진이라는 교수님을 따라 미국에 가서 'mindfulness (마음 챙김)'이라는 멋진 새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의 숭산스님께 명상을 배웠다는 이 아저씨가 마침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교수였고, 여러 가지 임상을 통해 실제로 스트레스 감소, 신체 건강,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국내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도 최근 도입되었다고 한다. 이왕이면 '네임드'의 공부법을 따라보기로 한다. 


마음챙김의 정신

1) 판단하지 않고 2) 인내심을 가지며 3) 늘 초심으로 4) 신뢰를 기반으로 5) 애쓰지 않으며 6) 수용하고 7) 내려놓고 8) 관용하며 9)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련에 임한다.

솔직히 이게 가능해? 9가지 중 한 가지도 제대로 행하며 살기 어렵다. 고 생각하는 순간, 박사님께서 나긋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8주만 매일 하면 가능합니다" 순간 피식- 하고 웃음이 났다. 절에 놀러 갔다가 무턱대고 불교공부가 하고 싶다고 스님께 문 하였을 때 들은 이야기였다. 부처님께서는 며칠만 (며칠이더라..) 수련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10분간의 오프닝 명상, 20분의 건포도 명상, 20분의 바디스캔 명상이 이어졌고, 매일 45분의 바디스캔 명상 숙제가 주어졌다.




오늘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

• 집중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편안하고 부드럽게 주의를 기울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집중하는 모습은 명상의 선입견) 

• MBSR 은 보편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종교색이 없으며, 환자, 전문가, 스트레스받는 일반인이 모두 구분 없이, 편견 없이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공통점만으로 한 자리에서 수업을 함께 듣는다.  

• 또한 MBSR은 전체성을 중요시한다. 테크닉보다는 본질을, 머리로 말고 가슴으로 이해해서 실제 삶 속에서 균형을 찾을 때 의미가 있다. 


오늘의 명상 일지 

• 명상할 때 내 고유의 장애물은, 이 수업이 끝나고 '해야 할 일 (to do)'를 생각하는 버릇이다.  뼈속까지 Doing형 인간인 것. 실제로 어찌나 좋은 아이디어나 해결책들이 마구마구 샘솟는지 메모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도 어렵고, 혹시 잊어버릴까 의도적으로 계속 되뇌기도 한다.

• 이럴 때 해결책은 결국 나를 믿어보는 거다. 지금 이 순간에, 명상에 집중해도 나중에 기억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기억해내지 못하더라도 나는 또 다른 길을 찾아내서 잘 살아낼 것이라는 믿음. 

• 최근에 허리랑 무릎이 많이 아팠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더 심해졌다. 바디스캔 명상을 하면서 발끝으로 주의를 기울였을 때야 비로소 뭐가 문젠지 알았다. 무의식적으로 발을 두고 있는 위치가 몸과 자세히 균형을 이상하게 꼬아내고 있었다는 것. 그저 일을 하는데 집중하는 지난 두어 달 +  1주일 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이 시려서 꽁꽁 얼어가는데 그거 왜 참고 있었는지... 참... (소듕한 내발, 내가 미안해 쓰담쓰담....ㅋ)


수업 마지막에 교수님이 읽어주신 페르시아 시인 루미가 800년 전에 쓴 시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리라.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너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잘랄루딘 루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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