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여일삶 월간 회고모임 #7
7월 회고를 앞에 두고 컴퓨터에 앉은 지금. 착잡한 기분이 든다. 올 한해 상반기 잘 달려오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짬바가 든든한 어른이 되어가나 하고 안도하려는 찰나였는데,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으름장을 놓기라도 하는 듯. 아쉬움과 후회스러움 투성이인 지난 한달이 머릿속을 마구 스쳐 지나간다.
중순부터 4단계 거리두기와 함께 전사 재택에 들어갔다. 물론 주2~3회의 촬영으로 물론 내내 출근하지는 못했지만 어쨋든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무슨 천지가 개벽한건지 바쁜 일들이 한번에 몰려왔고, 일주일 내내 저녁 5시, 6시가 되도록 첫끼도 못먹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고도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종일 놓친 통화목록, 메세지, 카톡, 메일을 다시 살피며, 죄송하다는 인사를 거듭해야 했다. 그래도 자기 전에 아껴둔 드라마 한편, 맛있는 저녁 정도 해먹을 여유는 놓치지 않았는데 이번주엔 그마저도 무너져 잠들기 전까지 노트북과 휴대폰을 붙들고 일과 씨름하는 날이 이어졌다. 7월에는 우리팀이 숙원하던 일들을 해낸 너무너무 기쁜 날들도 많았지만, 호사다마라고 그에 버금가는 아슬아슬한 사고들도 있었다. 어쩌면 이게 정말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TF로 시작한 작은 팀이 이제 정말로 모양새를 갖추어 '일의 기쁨과 슬픔'을 균형있게 (?) 가져다 주고 있다.
착잡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지만, 생각해보니 이달에 축하할 일이 참 많았다. "언젠가 우리 팀이 커지면..." 하고 상상하던 일들을 차분하게, 안정적으로 해내고 있다. 어떤 날은 우리 팀이 (처음으로!!) 2팀으로 찢어져 방송을 해낸 날도 있었고, 그날은 무려 3개의 플랫폼에서 동시에 우리와 관련된 방송이 나가는 날이었다.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러운 일이었을텐데, 모든 방송이 박수치며 마무리할 정도로 성과도 좋았다. 그리고 꿈에 그리고 그리던 완판까지! 이어지는 방송들과 4단계로 아쉽게나마 줌으로 조촐한 티타임을 가지며 우리만의 파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어지는 방송 준비에 기뻐할 시간은 찰나였고, 이렇게 걸음마를 뗀게 겨우 이번달인데, 걸음마를 겨우 떼고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를 앞서서 달려나가고 있는 경쟁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바심은 덤.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고지가 눈앞에 머지 않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조바심에 부채질을 했다. 그러면서도 팀원 개개인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꿈같은) 바람으로 그들의 여유를 바라며, 1도 여유가 없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다그쳤다. 글을 쓰고 있는 내내 마음이 안좋은 이유는 아마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일주일간 여유있는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는 방법은 하나, 내가 해야 할일을 주말, 저녁시간에 미리 해두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더더욱이 무겁다.
무궁무진한 홈쿡의 세계에 빠져드는 중.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 인생의 취미가 되어 줄 무언가를 찾아 헤매며 정말 많은 원데이 클래스와, 이것 저것 수업과 체험을 다녔는데, 아마도 my thing은 요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집에와서 재료를 썰고, 무언가를 보글보글 끓여내는 기쁨이 너무도 크다. 요리할 메뉴를 두세가지 정하고, 머릿속으로 재료 손질, 끓이고 볶고 굽는 순서를 정하고, 착착착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 두세가지의 디쉬가 동시에 따뜻한 상태로 상 위에 올라올때의 희열. 고3때 수학문제를 풀어내던 그 기쁨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점점 해낼 수 있는 요리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어 더더욱 재미를 느끼는 중! 대충 메뉴를 떠올려보자면 단골메뉴 옥수수솥밥, 국수호박전, 닭냉채, 김치짜글이, 쭈꾸미떡볶이, 두부조림, 강된장, 봉골레, 초당옥수수 냉파스타, 무수한 종류의 토스트까지!
여행이 질린다고, 밖으로 쏘다니는 재미를 이제 전부 누려서 지겨워졌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고는 했는데 이 비자발적인 칩거생활이 이렇게나 길어질 줄 모르고 아마도 입방정을 떨었나보다. 여름인데 수영장, 시원한 물에 발한번 담궈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너무 한스러워 집에서 10분 거리의 호텔을 예약했다. 인스타에 인증샷이 쏟아지는 예쁜 수영장을 가진 호텔이었고, 정말로 오래간만에 수영복을 두개나 주문했는데, 체크인하러 택시에 탑승한 그 즈음부터 체크아웃하는 다음날 12시까지 세찬 비가 쏟아졌다. 실내 수영장 한번 빼꼼-하고는, 방에서 잘먹고- 잘먹고- 잘먹었다 (일주일 식단해서 배 집어넣고 갔는데 머쓱-)
그래도 연차내고 찾아간 남한산성 닭백숙집은 대성공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비가 왔지만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너무 반갑고 유쾌하기만 했다.
난데 없이 별을 보러 오밤중에 가평에 다녀왔다. 날이 무척이나 맑디 맑고 습한 날이었는데, 미세먼지 없이 날이 맑다는 이유로 즉흥적으로 출발했다. 벗고개터널이라는 곳이었고 서울에서 1시간반이면 갈 수 있는 위치였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고 왔다. 인스타를 보고 에이- 1년에 이런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하고 갔는데 이게 웬걸, 사진에도 이렇게 별이 총총 빛날 정도였다.
4개월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상이 드디어 도착해서 집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꿔버렸다. 어차피 2달을 기다려야 하는 주문이었는데, 수에즈 운하와 함께 선박이 움직이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집 구조는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한동안은 만족하고 지낼 것 같다. 무엇보다도 또 다시 무한 재택 근무에 돌입하는 이 시점에 넓은 책상에서 맑고 푸른 창밖을 바라보며 일 할수 있는 쾌적함을 가졌다는 것에 감사 또 감사. 이제 눈독들이던 의자만 몇 개 더 들이면 집들이 쌉가능-
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또 하나의 탈출구 :) 이번달엔 기다리던 시리즈들이 대방출되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네버해브아이에버라는 드라마 시즌1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시즌2가 나왔고, 한회한회를 아껴보며 힐링하는 중. 천방지축 제멋대로 엉망진창이지만 순수함 가득한 '데비'를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 나도 저렇게 마음대로 내지르며 막살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걸까- ㅎㅎ 킹덤 아신전은 지루한 1시간을 마지막 5분이 가뿐하게 만회해주었고, 현실감 제로인 알고있지만은 영상미 그 자체로 볼만한 드라마! 슈츠, 빌리언스도 얼른 다음 시즌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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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마음으로 써내려가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찬찬히 한달을 돌아보고 사진첩, 인스타를 뒤져보니 수면위에 아슬아슬 하게 코를 내놓은 마냥 숨가쁘게 지내면서도 리프레시를 위한 숨구멍은 여기저기 참 부지런하게도 열어두고 있었다. 마음먹은대로 다시 내일부터는 여유, 평정, 활기로 만나는 모두를 대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리 일해두러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