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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초이 Mar 07. 2023

책을 써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을 하며 만난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책을 써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주제는 당연히 라이브커머스. 짐짓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었지만, 쫄보 중에 쫄보인 나는 역시 회사의 눈칫밥 걱정부터 했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해온 일에 대해 회사 허락없이 책을 써도 되는걸까. 책을 읽는 이들을 편안 하게 해줄 풍부한 사례도, 초상권도 회사의 허락을 받고 써야할텐데 아쉬운 소리를 여기저기 하러 다닐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금새 촤르를 식어버렸다. 그렇게 꼬박 3년이 지났다.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심란하던 차에 친구들, 지인들을 두루두루 만나러 다녔다. 어느 평일 점심, 공동 저자로 책을 쓰자고 제안했던 인플루언서 그녀를 만나 그러 저러한 밀린 근황을 나누다 다시금 (이번엔 아주 가볍게 찔러보는 듯한 마음으로) 책을 써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3년 전과는 달리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꿀렁거렸다. 어쩌면 엔딩에 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물론 아닐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열정과 노오력을 담아낸 좋은 결과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외에 다른 걱정거리들은, 내 지난 시간과 노력이 휘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앞에서 어떤 장애물이 되지는 못했다. 


3년 전 출판사 팀장님이 제안주셨던 그 책의 컨셉은 라이브커머스에 입문하려는 사장님, 브랜드, 마케터, 출연자로 활동하고자 하는 쇼호스트,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들에게 '이런 대안이 있어요~ 이렇게 시작하시면 되요~' 라는 입문서의 성격이었는데, 어째 그보다는 조금 더 내 경험을 담담하게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에세이 형식으로 (조금 덜 전문적이더라고 꼬투리 잡힐 일이 없도록...)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출판사 팀장님은 오히려 요즘 그게 트렌드라며! 오히려 좋다고 하셨다. 


그러고보니 걱정요정답게 나의 사소한 걱정이 하나 더 있었다. 물론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자기 분야에 대해 소위 전문가라 자칭하며 책을 내고, 자기PR을 하는 사람들 중 진심으로 호감인 사람들이 많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오늘 점심에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라이브커머스를 해보겠다고 찾아갔던 파트너사의 팀장이자, 이제는 친구가 된 제이양을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하자 너무 좋은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일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과 팀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책을 쓰면 좋겠다는 것! 우리 둘다 우리가 하는 일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담았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나는 그 이야기의 시작은 바로 너라고 곧이어 화답했다 :) 


그렇게 오후 일과를 보내고, 퇴근길 집으로 돌아오는데, 지금까지 내손으로 뽑았던, 그리고 떠나보냈던 우리팀 친구들, 한마음으로 두팔 걷어 붙이고 함께 뛰었던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들, 기꺼이 우리와의 협업에 손을 내밀어 주었던 수많은 파트너사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이 일이 언젠가는 반드시 올 시장이라고 확신하고 용기와 힘을 주었던 나의 보스. 그 모든 미화된^^ 기억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책을 쓰는 몇달의 기간동안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 옛일을 추억할 생각에 기쁘고, 그들이 또 내가 멈추지 않도록 힘을 줄거라는 믿음이 생겨 안도했다. 


다음주 출판사 미팅 전까지 책을 읽어야 겠다. 아주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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