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책 읽기의 중요성 공감시키기
모든 아이가 그러하듯 숙제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내준 숙제들을 매일매일 순순히 하던 아들이
사춘기 시기 초입부에 도달해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루틴에 의문을 제기했다.
"왜 나는 다른 애들이 학원에서 배우는 거 안 하고 이런 거 해야 해?
다른 애들은 글쓰기 이런 거 안 하는데, 왜 나는 이런 거 해?"
그 말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하긴 내가 내 준 숙제들이 분명히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으나
아이가 충분한 공감할 수 있는 당위성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내적 동기가 중요하단 것을 알면서도
엄마의 권위로 강제로 아이가 납득하지 못한 것을 시키고 있었구나 싶었다.
내 생각들을 중간중간에 건네긴 했지만, 아이는 충분히 공감할 수 없었나 보다.
.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버드는 왜 독해력에 주목하는가
가볍게 책을 훑다가 이 구절에서 느낌표가 팍 떴다!
"저는 이 책을 자녀와 함께 읽으시라 권합니다. 초등 5학년만 되어도 이 책을 거뜬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고르는 것에 함몰되었던 나에게 이 문장은 아하(!) 모먼트를 주었다.
어른책(어른을 독자로 한 교육 서적)을 아이에게 읽게 한다는 것은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용 책과 크게 난이도 차이가 나지도 않고, 작가 말대로 아이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아이를 설득하고 공감시키고 싶었던 부분을
작가가 대신해서 설득해주고 있지 않은가.
공신력 있는 전문가가 각종 사례를 참고해 공신력 있는 '책'이란 매개체로 설득하고 있으니,
내가 말하는 것보다 글쓰기와 책 읽기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령 하기 싫어할 수는 있어도)
전자책으로 읽던 나는 당장 책을 주문했다.
아이가 한참을 끝내지 못하고 있던 책을 잠시 제쳐두고
이 책을 같이 읽자고 했다.
공감하는 부분에 밑줄치고 포스트잇으로 생각을 남기라고 했다.
꼭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읽고 싶은 곳을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고.
그리고 나도 내가 공감했던 부분에 밑줄을 치고 포스트잇으로 남겨두었다.
내가 남겨둔 메모나 경험담, 생각을 보면 아이도 내 생각을 엿볼 수 있고,
어떤 식으로 글을 읽고 정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학창 시절 친한 친구와 썼던 교환 일기처럼
책을 매개로 아이와 생각 교환 일기를 쓰면 좋겠다 생각했다.
메모는 포스트잇에 쓰게 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그 생각의 흔적을 지우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동일한 구절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더라.
그런 것들을 서로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막 펼친 페이지에서 이 문구를 보았다.
.. 읽는 동안 내용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생각들을 페이지 여백에 써둡니다. 밑줄을 그을 때는 그 근처에 밑줄 그은 이유를 씁니다. 공감이든 반박이듯 덧붙이든 간에 바로 그 당시의 생각을 붙들어 매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책을 읽고 정리할 때 밑줄 그을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소환할 수 있습니다.
(!)
책의 권위를 빌어 아이에게 이 활동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들이라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하도록 하려면 많은 꾀가 필요하다.
책이 도착한 첫날,
엄마가 오랜만에 머리 말려줄게. 그동안 이 책 읽고 있어.
드라이기를 찬바람, 가장 약한 바람으로 맞추고 천천히 정성껏 말렸다.
그동안 아이는 책의 서론을 읽었고,
목차를 훑었으며 요새 아이들이 독해력과 문해력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읽었다.
"엄마 하루에 30분만 읽으면 부자 된대!"
그래? 그럼 하루에 30분만 읽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데?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머쓱히 웃으며 다시 책을 읽는다.
비록 "엄마가 나 책 많이 읽으라고 엄청 정성껏 말려주네?"라며 내 속마음을 읽어버렸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을 때의 룰(포스트잇, 밑줄 긋기)은 귀담아듣더라.
그리고 주말 아침,
온 가족이 각자가 읽을 책을 들고 모여 앉았다.
(쉽진 않았다)
맛있는 복숭아를 깎아 뇌물로 바치고 우리 부부는 열심히 책에 집중 혹은 집중하는 척을 했다.
아이는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 맞춰놓았는지 30분의 알림이 울렸다.
오늘 책에서 어떤 부분 읽었어?
요새 애들이 유튜브, 쇼츠를 많이 읽어서 뇌가 팝콘처럼 쪼개졌대. 그래서 집중을 못한대. 꼭 내 얘기 같더라?
책 읽는 시간(30분)이 지났나 안 지났나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을 하던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집중력 부족이라는 것을 인지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래.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어쨌든 이번 주는 내적 동기 부여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