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레터 10주년 후기
우리 카루의 이름을 따왔던 팬레터가 벌써 10주년을 맞이했다.
10주년을 놓칠 수 없어 지난 주말 초연 페어로 공연을 보고 왔다.
16년도 가을엔 곤투모로우라는 김옥균에 대한 극과 잃어버린 얼굴이라는 명성왕후에 대한 극을 회전을 돌고 있었다. 매주 3~4회씩 대학로와 예술의 전당을 오가며 내가 사는 곳이 대한민국인지, 구한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팬레터도 일제강점기로 시대가 이어져서 같이 보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예매하고 동국대 이해랑 극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인생작을 만났다.
-시놉시스-
1930년대 경성.
경성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인 ‘세훈’은 카페에서 쉬던 중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히카루’라는 죽은 여류작가의 소설이 출간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진짜 정체까지 밝혀진다고 한다.
‘세훈’은 유치장에 갇혀있는, 문인들의 모임 ‘칠인회’ 멤버이자 소설가인 ‘이윤’을 찾아가
그 출간을 중지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윤’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히카루’의 애인이었던 소설가, ‘김해진’이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까지 품에서 꺼내 자랑한다.
‘세훈’은 자신이 그 편지를 꼭 봐야 한다고 말하며, ‘히카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내가 봤던 캐스트는 이규형(해진), 김성철(세훈), 소정화(히카루)였다.
세 배우는 당시 처음 본 배우들이었는데 단숨에 애정배우들로 등극했다.
특히 철세훈. 이번에 10주년이라 꼭 돌아왔으면 했는데 슬프다...
극에서 나오는 7인회의 모티브는 실제 있었던 9인회, 해진은 김유정, 이윤은 이상을 모티브로 만든 극이라 넘버가 시적이고 아름다웠다.
특히 나는 1막에서는 마지막곡인 섬세한 팬레터가 좋았다.
해진을 차지하기 위해 히카루와 세훈이 대립을 하는 넘버인데, 음악과 왈츠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그냥 미쳤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는데, 1막 끝나고 로비로 나가면서 다른 뮤지컬 보던 친구들에게 미친 듯이 카톡을 했었다. 이거 당장 예매하라고 미친 뮤지컬이라고.
만족감과 2막에 대한 기대감에 거의 발을 동동거리면서 로비에서 표를 두 장 더 예매했다.
더 보고 싶었지만 공연이 끝나기 일주일 전이라 더 잡을 수가 없었던 게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사실 뮤지컬 중에는 퀴어극도 많고, 이중인격 극도 많다. 약간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팬레터는 달랐다.
히카루의 글에 집착하는 해진과 그가 쓴 글을 사랑하는 세훈, 그리고 세훈이 만들어낸 히카루.
해진이 사랑하는 것은 글인지, 히카루인지, 본인도 모르게 세훈을 사랑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배우의 노선, 그리고 그날 극이 흘러가면서 보이는 배우들의 감정, 그리고 나의 해석.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만 진정 이 극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명확한 건 이 극은 해진과 히카루를 통한 세훈이의 성장극이라는 것이다.
초연을 3번밖에 못 봐 아쉬웠지만 재연은 1n회차 충분히 감상하고, 전주 지방공연도 가고, DVD, OST, 대본집으로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 했다. 더 이상 안 봐도 될 것 같다고 완덕했다.라는 느낌이어서 삼, 사연은 보지 않았다. 이미 많이 본 공연이라 감동이 그대로일까? 했는데..
다시 돌아와서 10주년.
이번에 본 캐슷은 김종구, 문성일, 김히어라였다.
믿고 보는 초연 캐스팅이자 김종구 배우는 최애 해진이기도 했다.
그동안 인기가 많아져서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공연장 크기가 많이 커졌지만, 감동은 그대로였다.
배우들이 거의 이제 어떤 경지에 다다른 것 같았다.
특히 세훈역의 문성일 배우는 이제 다른 극에서 못 볼 정도로 세훈 그 자체였다.
그동안 폐관수련을 한 건지... 이전에 아쉬웠던 점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팬레터는 팬레터다. 너무나도 행복한 관극이었다.
아마 이번 10주년 팬레터는 못해도 세 번은 볼 것 같다.